토사 운반 터널과 폐광, 군사 벙커 등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지하 기반 시설(인프라)이 인공지능(AI) 시대에 데이터센터 입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상보다 연중 온도 변화가 작아 냉각 부담을 덜 수 있고, 부지 확보와 주민 설득 측면에서도 유리해서다.
폐광·터널·벙커의 변신…AI 데이터센터로 부활
18일 닛케이아시아 등에 따르면 일본 부동산 개발업체 미쓰이부동산은 고베시가 소유한 ‘스마 벨트컨베이어 터널’ 약 3㎞(전체 14.5㎞)를 빌려 일본 최초의 상업용 터널 데이터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겟웍스와 협력해 컨테이너 형태의 데이터센터 10여 개를 지하 40m 아래에 설치한다. 이곳은 기업, 연구소 등이 생성형 AI 전용 서버를 설치하거나 기밀 데이터를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할 방침이다.

스마 벨트컨베이어 터널은 고베시가 산을 깎아 얻은 토사를 해안으로 운반해 주거단지와 인공섬을 동시에 개발한 ‘산, 바다로 가다’ 프로젝트의 핵심 인프라다. 1964년부터 2005년까지 가동됐다.

쓰임을 다한 지하 인프라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세계적으로 처음은 아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사업가 허먼 나우스트가 뉴욕주의 폐광을 핵 공격 및 재난에 대비한 중요 문서 보관시설로 바꿨다. 1990년대 들어서는 스위스 정보보안 업체 지크시큐어인포스토어가 스위스군이 사용하던 알프스산맥 군사 벙커에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조성했다. 테러 등 공격으로부터 시설을 보호하는 것이 지하를 찾은 주된 이유였다.

최근 지하 시설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부지 확보에 유리해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4~6월 주민 반발 등으로 중단되거나 지연된 데이터센터 사업은 45건에 이른다.

지하 공간은 계절과 관계없이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온도가 유지돼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지하수 등을 냉각 시스템에 활용할 수도 있다. 미쓰이부동산은 스마 벨트컨베이어 터널 데이터센터에 이 같은 시스템을 적용할 방침이다.

노르웨이 폐광 데이터센터 ‘레프달 마인’은 연중 8도 안팎으로 유지되는 피오르 해수를 사용해 전력사용효율(PUE·1에 가까울수록 고효율)을 1.08~1.15로 낮췄다. 세계 데이터센터 평균 PUE(1.52)와 비교하면 동일한 전력 부하를 가정했을 때 시설 전체 전력 소비량이 24~29% 적은 수준이다.

단점도 있다. 지하 시설 특성상 환기에 불리하다. 화재 상황에서 환기 풍속이 충분하지 않으면 뜨거운 연기가 환기 방향의 반대쪽으로 되돌아가는 ‘백레이어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하수 침투 등 누수 및 습도 관리가 필수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