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무기 공개했는데…카카오 주가는 왜 계속 떨어질까 [정지은의 테크킥]
카카오가 새로운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주식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카카오톡을 AI 비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새 전략도, 인적 분할 추진도 주가를 끌어올리진 못했다. ‘뉴 카카오’가 실제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 전보다 47.9% 떨어져

카카오 주가는 지난 15일 3만850원에 마감했다. 1년 전 같은 날 종가(5만9200원)와 비교하면 약 47.9% 하락한 수준이다. 1년 전 카카오 주식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평가액은 약 521만원(세금·거래비용 제외한 단순 계산 기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최근 여러 승부수를 던졌는데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은 것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카카오 주가는 지난 13일 장중 3만25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카카오는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26’에서 AI 비서 ‘카나나 스페이스’를 공개한 날이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13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 카카오26'에서 AI 비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13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 카카오26'에서 AI 비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카나나 스페이스는 카카오톡 어디서나 불러 쓸 수 있는 AI 비서다. 카카오톡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는 방식으로 AI 비서를 불러내, 말하거나 글을 입력하면서 사용하면 된다. 메시지 응답은 물론이고 일정 확인, 인터넷 정보 검색, 카카오톡 설정 변경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카카오톡의 과거 이용 기록을 바탕으로 취향과 상황을 파악해 필요한 일을 도와주는 게 특징이다. 오는 12월 일부 신청자를 대상으로 비공개 베타테스트를 진행한 뒤 내년 초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 상품 주문과 선물, 예약, 송금 등 기능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AI 비서뿐 아니라 유료 멤버십, 인적 분할 등 새로운 전략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번번이 투자 심리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카카오의 전략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어 보인다”며 “전략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청사진 구체화…수익화 관건

카카오의 AI 전략은 진화하고 있다. 이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과거 독립형 AI 서비스와 대화형 챗봇에 머물렀던 것에서 한 발 나아갔다는 평가다. AI 비서를 활용해 검색, 구매, 결제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를 만들겠다는 게 카카오의 계산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상이 아직 수익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AI 비서가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과 실제 구매·예약을 유도해 매출까지 창출하는 것은 다르다. 이용자가 카카오 AI 비서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AI의 추천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독립형 AI 앱으로 선보였던 ‘카나나’ 베타 서비스는 지난 15일 종료됐다. 카나나 스페이스가 기존 카나나보다 잠재력이 높다고 확신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AI 비서가 기존 검색·광고 모델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경우 수익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도 중요하다. 서비스 이용자가 늘더라도 추론 비용 등 AI 운영비가 매출 증가분을 웃돈다면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AI 시장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적 분할 후 독립 성과 내야

카카오는 AI 사업의 성장성을 부각하기 위해 사업 구조도 바꾸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이사회에서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 분할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카카오톡과 AI 사업을 중심으로 한 신설법인 카카오AI와 계열사 관리·투자 등을 담당하는 존속법인 카카오X로 역할을 나누는 구조다.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분할 비율은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다. 회사는 12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분할을 완료하고, 같은 달 27일 재상장 및 변경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AI 신무기 공개했는데…카카오 주가는 왜 계속 떨어질까 [정지은의 테크킥]
인적 분할의 취지는 명료하다. AI 사업과 투자·계열사 관리 사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분리해 각 사업의 책임과 자본 배분을 명확히 하고,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성장성이 높은 AI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면 기존 사업과 다른 기준으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인적 분할은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한 조건일 뿐, 그 자체가 가치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분할 전에는 하나의 회사로 평가받던 사업이 두 법인으로 나뉜다고 해서 합산 기업가치가 반드시 커지는 것은 아니다. 각 회사의 실적과 성장 전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두 회사의 합산 평가 가치가 기존 기업가치를 넘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분할 발표 당일 카카오 주가는 7.49% 하락한 3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낙폭은 13%를 넘기도 했다. 인적 분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는 회사의 의도와 달리 시장은 발표 직후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할 이후 각 법인이 독립적으로 성과를 내고 그 성과를 시장에 설명할 수 있어야 기업가치 재평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분할 이후 주주들이 보유하게 될 두 회사의 가치가 어떻게 형성될지, 사업 간 시너지와 자본 배분은 어떤 방식으로 유지될지도 주요 관심사다.

◆카카오 경영진, 성장 의지 강해

주가 회복을 위해 실적과 신뢰를 동시에 회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AI 비서를 카카오톡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만드는 게 핵심 과제로 꼽힌다. AI 비서가 카카오톡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거래를 만들어내고, 매출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전언이다.
카카오가 1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캠퍼스에서 첫 그룹 공동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열고 있다.  /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1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캠퍼스에서 첫 그룹 공동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열고 있다. /카카오 제공
확실한 것은 “카카오라는 이름을 빼고 다 바꾸겠다”던 김범수 창업자의 말처럼 카카오가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창업 이래 처음으로 계열사 공동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7명이 모두 프레젠테이션(PT) 발표를 할 정도로 행사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