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럭셔리 크루즈, 북극 쇄빙선 탐험,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하룻밤…. 국내 백화점업계가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내놓은 VIP 고객 전용 여행 상품이다. 구매력이 큰 고객에게 여행과 미식, 문화 콘텐츠 등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해 장기 충성고객으로 묶어두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은 VIP 고객 전용 여행 상품인 ‘에비뉴엘 글로벌 트립’을 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1인당 4000만원이 넘는 미국 알래스카 럭셔리 크루즈 투어부터 일본 미식, 유럽 예술 투어 등 고가 상품이 있다.

앞서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차별화한 여행 상품을 앞세워 VIP 고객 확보전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8월 프리미엄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를 선보였다. 비아신세계는 출시 이후 누적 예약 고객 수가 8500여 명에 달했다. 1인당 객단가는 1100만원가량이다.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관광을 넘어 인문·역사·예술 각 분야 명사와 동행하는 상품, 프라이빗한 공연 등을 제공한다. 유명 탐험가 제임스 후퍼와 쇄빙선을 타고 북극을 탐사하는 상품은 1인당 1억1800만원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출시한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문몰 ‘더현대 하이(HI)’를 통해 프리미엄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부지 내 프라이빗 호텔에서의 숙박을 포함한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하룻밤’ 상품의 판매가는 2인 기준 3040만원에 이른다. 글로벌 최고급 리조트 브랜드인 아만의 럭셔리 요트를 타고 즐기는 크루즈 여행(2인 5900만원) 상품도 있다. 지난 5월 출시한 ‘포뮬러원(F1) 헝가리(1인 1190만원)’와 ‘싱가포르 그랑프리(799만원)’ 투어는 출시 직후 모두 팔렸다.

백화점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프리미엄 여행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기존 할인·적립 등 혜택만으로는 VIP 고객을 끌어들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백화점 매출에서 VIP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도 차별화 상품에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명품 브랜드 유치보다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VIP 이탈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의 역할이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새로운 취향과 여가를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출국 전 상담부터 숙박·미식·관광 등 VIP 고객의 여가생활 전반으로 접점을 넓히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