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 발표를 계기로 세종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서울에 남아 있던 중앙행정기관 44곳이 내년부터 차례로 이전하면 약 1만 명의 공무원이 근무지를 옮기게 된다. 행정수도 이전 기대로 집값이 한 해 동안 40%가량 급등한 2020년의 상승장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가족은 수도권에 남겨두고 출퇴근하는 수요가 적지 않아 집값 상승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분양심리, 지방에서 세종만 개선

"어게인 2020" 벌써부터 꿈틀…세종 집값 이번에도 오르나
14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세종시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93.3으로 전월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지수가 하락한 가운데 비수도권에서 오른 곳은 세종이 유일했다. 전국 분양전망지수는 82.3으로 4.0포인트 떨어졌다. 대전(94.4→83.3), 부산(82.4→72.7), 울산(100.0→92.9), 대구(86.4→80.0) 등 주요 광역시도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중앙행정기관 이전 기대가 분양심리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 수도권 중앙행정기관 44곳을 내년부터 2031년까지 세종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전 대상 공무원은 9929명이다. 내년에는 27개 기관이 임시청사를 활용해 이전을 시작한다.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2029년,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이전이 세종 집값의 반등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세종 아파트값은 행정수도 이전 기대가 고조된 2020년 한 해 동안 약 40% 급등했고, 같은 해 7월 주간 상승률은 2.9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이전 기대가 약해지고 공급이 누적되면서 시장은 침체에 빠졌다. 올해 들어 이달까지 세종 아파트값은 0.93% 하락했다. 8월 하락세가 멈춘 뒤 9월 말 0.03% 상승했지만 지난주 다시 0.05% 떨어지는 등 혼조세다.

전셋값 상승이 매매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세종 전셋값은 11.15% 올라 수도권 상승률(8.35%)을 웃돌았고, 서울(12.35%)과 비슷한 수준이다. 나성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1년 사이 전셋값이 1억원 오른 단지가 적지 않다”며 “정부청사와 가까운 곳은 전세 매물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급 여력 충분…‘전·월세만 상승’ 우려도

세종에는 6만 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 여력이 남은 것으로 시장은 추산한다. 주택 공급을 계획한 부지의 약 30%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 초까지 스마트시티 시범단지인 5-1생활권(합강동)과 헬스케어·복합커뮤니티 중심으로 개발되는 5-2생활권(다솜동)에 약 35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BS한양은 4개 블록(L6·7·8·11)에 ‘수자인’ 2191가구를, 우미건설은 ‘우미 린’ 1356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5-1생활권에는 지상 주차장을 없애고 로봇 배송·자율주행 등 스마트 인프라를 도입하는 국가시범도시 특화설계가 적용된다.

다만 2020년과 같은 매수세가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공무원들이 근무지만 세종으로 옮기고 가족은 수도권에 남겨두면 주택 수요와 지역 내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KTX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직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전 기관 종사자의 정착을 얼마나 유도하느냐가 관건이다. 교육·교통·의료 인프라와 민간 일자리 등 정주 여건이 갖춰져야 주택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 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는 2021년 폐지됐고, 재도입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