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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못 받았다면 이사보다 '등기'가 먼저…자칫 보증금 날릴 수도
전세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면 임차인은 새집을 구하고 이사 날짜를 정한다. 문제는 기존 집의 임대인이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다. 새집의 잔금일은 다가오는데 집주인은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와야 보증금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단 이사한 뒤 보증금을 기다려도 괜찮을까.

주택임대차에서 보증금을 지키는 기본적인 방법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다.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치면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까지 받으면 경매나 공매 시 후순위 권리자 등에 앞서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

중요한 것은 이 요건을 계약할 때 한 번만 갖추면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항력을 유지하려면 주택의 점유와 주민등록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먼저 이사하거나 주민등록을 옮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대법원도 최근 이 문제를 명확하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2025년 판결에서 임차인이 대항력을 취득했더라도 이후 주택의 점유를 상실하면 기존 대항력은 소멸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임차인이 먼저 이사 나간 뒤 임차권등기가 이루어진 경우다. 대법원은 나중에 임차권등기를 마쳤더라도 소멸한 대항력이 소급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며, 등기 시점부터 새로운 대항력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임차권등기명령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가 끝났는데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으면 임차인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이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췄다면 임차권등기를 마친 이후에는 이사하거나 주민등록을 옮겨도 기존 권리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다’는 것만으로 바로 이사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 등기가 마쳐졌는지 여부다. 등기 전에 집을 비워 점유를 잃으면 기존 대항력이 소멸할 수 있고, 나중에 등기가 이루어져도 소급해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해야 한다면 등기사항증명서에서 임차권등기가 기재됐는지 확인한 뒤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했더라도 대항력과 임차권등기명령은 중요하다. 반환보증 가입자도 보증이행을 청구하려면 임차권등기 완료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증기관이 보증금을 대신 변제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려면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넘겨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인도 의무 이행 여부나 보증사고 인정 요건 등 반환보증마다 따져야 할 조건이 적지 않다. 가입 사실만으로 안심하지 말고 관련 절차와 요건을 챙겨야 한다. 보증금을 지급받은 뒤에도 보증기관이 대위변제금을 회수할 때까지는 임차권등기를 섣불리 말소해서는 안 된다.

임대차가 끝났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임차인에게는 시간이 부족하다. 새집의 잔금과 이사 날짜, 전입신고, 기존 주택의 보증금 반환이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순서를 지켜야 한다. 임대차 종료 의사를 적법한 기간 안에 통지하고,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 임차권등기명령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해야 한다면 등기 완료 여부를 확인한 뒤 움직이는 것이 좋다.

전세금 못 받았다면 이사보다 '등기'가 먼저…자칫 보증금 날릴 수도
주택임대차에서 보증금을 지키는 방법은 특별한 법률 지식보다 순서를 아는 데서 시작된다.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면 ‘이사부터 하고 나중에 해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며칠의 차이와 절차의 선후에 따라 수천만 원, 때로는 수억 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곽종규 KB국민은행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