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VC)이 일본 스타트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스타트업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싸고, 엔화도 원화에 비해 약세를 보여서다.

국내 벤처캐피털, 日 스타트업에 '눈독'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IMM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일본 법인을 통해 교토퓨저니어링의 시리즈D 투자 유치 라운드에 참여했다. 이 회사는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플라즈마 가열과 연료 순환 기술을 개발한다. LB인베스트먼트는 작년 7월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파인디의 시리즈D 라운드에 참여했다. NTT(일본전신전화), SBI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한 일본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옵트QC도 관심이 쏠리는 기업이다. 다수의 국내 VC가 이 회사에 대한 투자를 저울질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옵트QC는 최근 시리즈 A2 라운드에서 70억엔(약 590억원)을 조달했다.

일본 스타트업은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내 벤처투자 플랫폼인 스피다에 따르면 작년 일본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액 중간값은 6240만엔(약 5억8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더브이씨가 집계한 국내 비상장 스타트업·중소기업의 투자 유치액 중간값은 40억원으로 일본의 약 7배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금으로 유망 기업의 지분을 상당량 사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 규모에 비해 벤처투자 시장이 작다는 점도 기회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벤처캐피털협회(JVCA)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벤처투자액은 약 8조3000억원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국내 벤처투자액(13조6000억원)을 밑돌았다. 벤처투자 자금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분야가 많아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게 용이하다.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엑시트)도 용이한 편이다. KB인베스트먼트와 인터베스트 등이 투자한 올거나이즈는 오는 11월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쓰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목표 시가총액은 3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한 국내 VC 대표는 “일본은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많지만 VC들의 경쟁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라며 “한국 스타트업의 몸값이 비싸지는 요즘 같은 국면에서 대안 시장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남준우 기자 njw08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