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인공지능(AI)·데이터 법제 전문가와 기업 법률 자문, 검찰 수사 경력을 갖춘 인사들을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하며 새 진용을 완성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과징금이 수천억원대로 불어나고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법적 쟁점까지 복잡해지면서다. 개인정보위의 결정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만큼 새 위원들의 전문성이 주목받고 있다.
'1兆 과징금 시대' 여는 개인정보위…법리·AI 전문가 대거 합류
개인정보위는 최근 야당인 국민의힘 추천을 받은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 박민철·양동훈 변호사를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권건보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광수 성균관대 교수를 신규 위촉하고 윤영미 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를 재위촉했다. 기존 임기를 이어가는 이문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포함해 비상임위원 7명 진용이 완성된 것이다.

◇AI 데이터 규제부터 기업 제재까지

이번에 합류한 세 위원은 데이터 정책과 기업 규제, 수사·법 집행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이성엽 위원은 제35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정보통신부와 국무조정실, 김앤장 등을 거쳐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을 지낸 데이터·AI 법제 전문가다. 현재 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을 맡고 있다. 정부 정책 수립과 법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AI 학습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균형을 판단하는 데 강점이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박 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 사무관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MCP&파트너스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앤장에서 개인정보·AI·방송통신 분야 기업 자문과 분쟁 대응을 맡았다.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 관행과 규제 실무에 밝다는 평가다.

양 위원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검사와 서울서부지검·울산지검 차장검사를 지낸 검사 출신이다. 현재 법무법인 삼현 대표변호사다. 검찰에서 쌓은 수사 지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정보 침해 사건의 사실관계 검토와 위법성 판단에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정보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7명이 비상임위원이다. 상임위원 5명과 비상임위원 4명으로 구성된 공정거래위원회보다 비상임위원 비중이 높다. 유출 사고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부터 AI 학습에 활용할 개인정보의 범위까지 법률·기술 판단이 복잡해지면서 위원 개개인의 전문성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기업 운명 가르는 제재…이해충돌은 과제

개인정보위의 위상도 달라졌다. 지난 6월 개인정보위는 쿠팡에 역대 최대인 약 62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 사고에 부과한 과징금도 약 1348억원에 달했다.

한국경제신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개인정보위가 부과한 과징금과 과태료는 약 9000억원이다. 개인정보 유출 신고도 지난해 447건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432건으로 급증했다. 개인정보위의 의결 결과가 기업 실적과 데이터 활용 전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확대된 것이다.

다만 이해충돌 관리는 과제로 꼽힌다. 박 위원은 김앤장에서 기업 자문을 맡았고, 이 위원은 지난 3월 SK텔레콤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기존 이문한 위원도 김앤장 소속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해당 사건에 법률자문을 하거나 당사자의 대리인으로 관여한 위원 등은 심의·의결에서 제척된다. 과거 자문 이력이나 소속 법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부 사건에서 의결 참여가 제한될 수 있는 만큼 전문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새 위원회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