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로벌PMC(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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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데이터센터와 관련 기업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도 함께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산업이 성장한다고 해서 내 건물의 가치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AI는 돈을 빌리는 비용부터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공간, 건물을 운영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건물주가 살펴야 할 것은 이 같은 변화가 내 건물의 임대수요와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입니다.

먼저 살펴볼 것은 자금조달 비용입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기업은 보유 현금뿐 아니라 회사채 발행과 대출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8월 AI 기업과 정부의 채권 발행 증가가 실질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습니다. 금리에는 재정적자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도 영향을 미치지만, AI 투자 확대 역시 자금 수요를 늘려 금리 상승 압력을 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돈을 빌리는 비용이 늘고 다른 금융상품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높아지면, 같은 임대소득을 내는 건물이라도 매수자가 지급하려는 가격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 거래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5일 보도에 따르면 이스텀캐피털은 미국 중서부의 약 200가구 규모 아파트를 약 2000만달러에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차입금리가 0.6%포인트 넘게 오르자 가격을 재협상했고, 매입가격은 약 3%인 60만달러가 낮아졌습니다. 이 거래에서 금리가 오른 원인을 AI 투자로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 건물 자체가 달라지지 않아도 돈을 빌리는 조건에 따라 거래가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은행이 자금을 모으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WSJ는 지난 2일 기고문에서 AI 에이전트가 고객의 여유자금을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예금으로 자동 이동시키는 미래를 소개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확산하면 은행은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할 수 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돈을 빌리려는 수요를 늘린다면, AI 금융서비스는 돈을 맡기는 고객의 선택을 바꾸는 셈입니다. 은행의 조달비용 상승은 부동산 대출에도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실제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정도는 은행의 운영 효율과 경쟁 여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편 AI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간 수요는 부동산 가치를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가 대표적이지만, 전력 확보와 인허가 등 사업 여건에 따라 입지별 수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피스에 미치는 영향은 더 복합적입니다. 사무업무 자동화로 필요한 면적을 줄이는 기업이 있는 반면, 성장에 따라 연구·협업 공간을 늘리는 기업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피스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다고 보기보다, 어떤 기업의 공간 수요가 감소하고 늘어나는지 살펴야 합니다.

중소형 빌딩에서는 임차인의 사업 경쟁력이 재계약과 공실 위험으로 이어집니다. AI를 활용해 사업을 키우는 기업과 기존 서비스의 수요가 줄어드는 기업은 필요한 공간과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역세권 건물이라도 임차인 구성에 따라 임대수익의 안정성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건물 운영에서도 AI를 활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에너지 사용을 조절하고 설비 고장을 미리 파악하며 임대관리 업무를 자동화하면 운영비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AI를 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건물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도입비와 유지비를 감안하고도 비용이 절감되는지, 임차인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이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자산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기술을 도입했느냐보다 실제 운영 성과가 얼마나 좋아졌느냐입니다.

AI의 발전이 모든 건물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비용이 늘고 임차 수요가 줄어드는 건물과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건물의 가치 차이는 커질 수 있습니다. 이제 건물주가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합니다. “AI가 부동산 가격을 올릴까”에서 “AI로 세상이 바뀌어도 누가 내 건물을 필요로 하고, 얼마를 지불할까”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합니다. AI 시대에도 건물의 가치를 지탱하는 것은 그 공간을 찾는 수요와 실제로 남는 소득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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