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LG전자와 손잡고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기존 제품 라인업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스마트홈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최고급 사양의 제품을 선보여 기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의 애플, LG 손잡은 이유가…'새 먹거리 찾았다' 초강수
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부터 LG전자와 공동으로 비디오 초인종, 스마트 도어록, 보안 카메라, 스마트 온도센서·온도조절기 등 스마트홈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기기 제조와 판매, 고객지원을 맡는다. 애플은 제품 디자인 및 핵심 기능 개발을 주도한다. 애플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iOS와 스마트홈 OS, 각종 가전제품을 유기적으로 연동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애플은 오는 13일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LG전자가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시기는 몇 개월 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기존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애플은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이후 차세대 성장동력을 고심해왔다. 이런 와중에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스마트홈 시장에서 탄탄한 충성 고객층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생태계를 구축하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올해 1801억달러에서 2034년엔 8484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지금까지 스마트홈 기기는 가전과 조명을 단순히 원격으로 제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해킹 등에 발목이 잡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하고, 서로 다른 브랜드의 기기도 원활하게 연결되도록 돕는 글로벌 표준 통신 프로토콜인 매터가 도입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기 간 호환성 문제가 해결되고 AI 기반의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인프라를 갖추고 애플 인텔리전스와 음성 서비스 시리까지 보유한 애플로서는 스마트홈 기기 연동을 더해 단숨에 시장 최강자로 도약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애플이 LG전자를 핵심 파트너로 선정한 이유는 독보적인 하드웨어 기술력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LG전자는 가전 분야에서 제조 기술력을 수십 년 동안 축적했다. 중국 업체와 비교해 보안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협력은 양사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아이폰, 태블릿, 맥북 등 자사 정보기술(IT) 기기는 물론 LG전자의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수많은 가전까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묶어내는 강력한 플랫폼 확장 효과를 누리게 된다. 집 안의 스마트홈 기기를 통해 가전을 동시에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통합 환경이 완성되는 것이다.

LG전자 입장에서도 이번 협력은 든든한 글로벌 우군을 확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하는 동시에 글로벌 큰손 고객인 애플과의 협력을 공고히 함으로써 향후 스마트홈 생태계 전반에서 다방면의 추가 협력 기회를 넓히고 시장 주도권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