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 금·주얼리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국제 금값 조정과 소비 둔화 속에서 국경절 금 소비 시장의 분위기가 과거에 비해 둔화하고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중국 대표 금·주얼리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국제 금값 조정과 소비 둔화 속에서 국경절 금 소비 시장의 분위기가 과거에 비해 둔화하고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중국에서 고가 금제품 열풍을 이끌어온 라오푸골드가 일부 제품 가격을 사실상 최대 14.5% 낮췄다. 지난해부터 네 차례에 걸쳐 가격을 올리며 매장마다 줄을 세우면서 '중국판 에르메스'로 불리던 라오푸골드까지 처음으로 구형 제품 할인에 나선 것이다.

국제 금값 조정과 소비 둔화가 겹치면서 중국 금·주얼리 업계가 가격 인상 일변도에서 판촉 경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부자들 몰리던 라오푸골드의 변신

7일 중국 현지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둥팡신톈디의 라오푸골드 매장은 국경절 연휴 기간 순금 제품과 다이아몬드 장식 제품 일부를 정상 가격에서 10% 할인하고 있다. 팔찌와 목걸이, 장식품 등이 대상이다. 우수고객(VIP)은 여기에 5%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최종 가격은 정가의 85.5% 수준까지 낮아진다.

매장 관계자는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이번 행사가 오래된 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 설립 이후 처음 실시하는 가격 인하"라고 설명했다.

라오푸골드는 일반 금은방처럼 매일 금 시세에 따라 가격을 바꾸는 대신 제품별 고정가격을 정하고 연간 두세 차례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동안 가격 정책 방향은 줄곧 인상이었다. 라오푸골드는 지난해 2월 주요 제품 가격을 5~12% 올린 데 이어 8월에는 10~12%, 10월에는 18~25% 인상했다. 일부 제품은 당시 28%까지 뛰었다. 올 2월에도 주요 제품을 20~30% 올렸고 평균 인상폭은 약 25%에 달했다.

물론 이번 할인에도 제품 가격은 연초보다 여전히 높은 편이다. 대표 순금 제품인 원앙 장식 제품은 할인 적용 후에도 1g당 가격이 2000위안(약 39만원)에 육박한다. 올 초 인상 전에는 1g당 약 1600위안이었다. 10% 할인에 VIP 할인까지 적용해도 과거 가격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는 셈이다.

中 고가 황금시장 분위기 급변

다른 금 주얼리 업체들도 국경절을 맞아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저우다성은 다른 브랜드 금제품까지 감가 없이 교환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공비만 1g당 40~150위안 추가하면 된다. 새 금 장신구는 1g당 200위안을 깎아주고 고정가격 제품은 한 개 구입 시 12%, 두 개는 20% 할인한다.

저우다푸도 매주 화요일 중고 금제품을 감가 없이 교환해주고 있으며 국경절 기간 중량 기준 금제품은 1g당 30~50위안을 할인한다. 차오훙지 매장에서 조사한 최근 금 회수 가격은 1g당 약 850위안이었다. 베이징 내 금제품 매장들은 국경절 연휴 방문객과 소비가 평소보다 늘었다는 게 제일재경의 분석이다.

판매촉진 확대의 배경에는 금값 조정이 있다. 금 선물 가격은 최근 수개월간 이어진 강세에서 벗어났다. HSBC는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채권금리 상승을 이유로 올해 국제 금값 평균 전망치를 온스당 4560달러(약 611만원)에서 4490달러로 낮췄다. 2027년 전망도 4925달러에서 482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금값 상승을 앞세워 제품 가격을 연달아 높였던 중국 금 주얼리 업계로서는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중국 소비가 국경절 기간 상품 구매보다 여행과 서비스 소비로 이동하면서 주얼리 업체들의 고객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한국 기업 주재원은 "지난해까지만해도 가격 인상 소식이 들리면 매장마다 긴 대기 행렬이 있었다"며 "이번 국경절 연휴에는 할인 행사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과거와 중국 고가 금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