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차세대 스타십이 2026년 9월28일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에서 신형 슈퍼헤비 V3 부스터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스타십은 첫 궤도 임무를 수행하며 처음으로 스타링크 V3 위성을 우주로 운반했다. / 사진=스페이스X
스페이스X의 차세대 스타십이 2026년 9월28일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에서 신형 슈퍼헤비 V3 부스터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스타십은 첫 궤도 임무를 수행하며 처음으로 스타링크 V3 위성을 우주로 운반했다. / 사진=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의 우주 인프라 기업 스페이스X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과 지구 저궤도(LEO) 위성 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에 이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방위산업 사업까지 성장축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주가는 기업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성장성을 감안하면 스페이스X 주가가 저렴하다고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300달러로 제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스페이스X 주가 다시 볼 필요 있어"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페이스X는 전 거래일보다 7.66% 오른 17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으로 170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물론 지난달 28일 스타십 14차 시험비행 이후로는 5거래일 만에 17% 넘게 올랐다. 이날 스페이스X의 상승률은 미국 기술주 전반을 크게 웃돌았다. 나스닥지수는 1.05% 올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고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기술주도 상승했지만, 상승률은 대체로 2% 안팎이었다.

주가 급등의 가장 큰 이유는 모건스탠리다. 모건스탠리는 전날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 주가가 "저렴하다(cheap)"며 매수를 추천하고, 목표주가를 300달러로 제시했다. 이날 종가 171.09달러보다 약 75% 높은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는 향후 주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스타십 개발 진전 △새로운 AI 제품 출시 △추가적인 네오클라우드 계약을 꼽았다.

스타십의 15차 시험비행에서는 발사한 스타십을 로켓 회수장치인 메카질라로 직접 잡는 '십 캐치(ship catch)'가 핵심 시험 과제로 거론된다. 로켓을 발사한 뒤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기술인 만큼 성공하면 발사 비용과 준비 시간을 낮추고 발사 횟수를 늘릴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다음 시험비행에서 스페이스X가 스타십 상단부를 직접 포획하는 데 도전할 경우 이는 IPO 이후 가장 큰 긍정적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발사 사업 확대에 필요한 연료 공급망도 실제 투자 단계로 들어섰다. 스페이스X 자회사인 '코스털 커넥트 서비스(CCS)'는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발사시설에 32.4마일(약 52.14km) 규모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트럭으로 액화천연가스를 공급받는데 플로리다 당국에 따르면 한 차례 발사에 수백 대의 트럭이 필요하다. 기존 가스관으로는 스페이스X가 요구하는 물량과 공급 안정성을 맞추기 어려워 전용 파이프라인을 추진하는 것이다.

AI 사업도 새로운 성장축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AI 기업 'xAI'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AI 코딩기업 '커서'를 인수하며 관련 사업을 확대했다. 자체 AI 모델 '그록'은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주요 모델에 비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스페이스X는 구글과 앤트로픽 등에 컴퓨팅 용량을 빌려주며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가 전했다.

머스크 CEO는 또 올해 초 우주 데이터센터가 AI를 학습시키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 될 것이라며 "2년 안에, 늦어도 3년 안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익성의 핵심은 이 설비를 얼마에 판매할 수 있느냐다. 모건스탠리는 스페이스X가 AI 연산 서비스를 시장 예상보다 최대 2.8배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봤다. 네오클라우드 사업에서 와트당 30~50달러 수준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으로, 시장 예상치인 17.60달러를 크게 웃돈다.

AI 연산 인프라 확대에 필요한 반도체 공급망 확보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머스크 CEO는 이날 TSMC와 테라팹 관련 초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계약이 성사된 단계는 아니지만 자체 반도체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TSMC의 기술과 생산 경험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테라팹은 반도체를 설계하고 직접 생산한 뒤 포장·검사까지 한곳에서 처리하는 대규모 생산시설이다.

미국 정부와의 사업도 스페이스X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축이다. 미국 전쟁부(국방부)는 지난달 30일 머스크 CEO를 프로젝트 '메리디안' 공동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 사업은 미래 전쟁에 필요한 무기와 기술, 군사 역량을 식별하기 위한 120일간의 검토 작업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미국 정부와 방산 계약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연방 조달 데이터 업체 페드스카우트에 따르면 전쟁부 관련 누적 수주 규모는 127억달러(약 17조510억원)를 넘어섰다.

서학개미, 스페이스X 집중 매수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는 스페이스X의 성장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4월6일부터 10월5일까지 최근 6개월간 스페이스X를 25억3934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기간 순매수 1위 종목이다. 최근 3개월 간(7월6일~10월5일)으로도 6억2488만달러로 3위에 해당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약 500억원어치 가까이 추가로 순매수하는 등 14차 시험비행을 전후해 매수세가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스페이스X 주가가 다시 뛰면서 국내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이 수혜주로 부각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스페이스X가 상장하기 전인 2022~2023년 약 2억78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스페이스X 기업가치가 크게 뛰면서 투자 성과도 불어났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해외법인을 포함한 스페이스X 관련 투자 성과 규모가 약 5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2분기 세전이익에는 스페이스X 관련 평가이익만 1조6242억원이 반영됐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주가가 지금 가격을 다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타십과 스타링크 사업이 커지고 있지만 앞으로 AI 데이터센터와 방위산업 사업까지 매출에 잡히기 시작하면 회사의 몸집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며 "스타십의 재사용 기술이 안정화되면 우주산업의 비용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과거 강남 집값처럼 지금 (스페이스X) 주가가 마지막 저가 매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 사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 사진=AP 연합뉴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memo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