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하루 65만t의 용수를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에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이 중 약 20만t은 서남권 가뭄 대책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한 보고서와 기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후부는 호남 반도체 용수로 주암댐·동복댐 여유량 각 5만t, 광주제1하수처리장 재이용수 20만t, 나주댐 농업용수 10만t, 동복댐 주변 새 댐 신축 등을 통해 총 65만t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복댐은 당초 댐 증축으로 25만t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1일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안전을 고려해 증축 대신 신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이 중 나주댐 물량 10만t이 기후부가 2023년 발표한 영산강·섬진강 유역 가뭄 중장기대책에 해당한다고 나 의원에게 보고했다. 이 대책에는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농업용수로 쓰이는 나주댐 물을 생활·공업용수로 전환해 공급하는 방안이 담겼다. 입법조사처는 동복댐 여유량 5만t도 가뭄기 전남광주 식수 최후 여유량이라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주암댐에서 확보할 하루 5만t은 지난해 총사업비 2128억원에 달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광양 4단계 공업용수도 공급사업’과 겹칠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해당 사업은 가뭄 시기 여수·광양국가산업단지에 안정적인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주암댐과 산단을 잇는 도수관로를 설치하는 것이다. 다만 기후부는 이 사업과 주암댐 반도체 산단용 여유량(하루 5만t)이 중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후부는 이미 한 차례 용수 공급계획을 수정했다. 6월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당시에는 65만t 중 장흥댐과 보성강댐에서 각각 하루 10만t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 두 달이 지난 8월 두 댐은 예비 수원으로 빠졌다. 그 대신 전남광주시 하수처리수 활용 방안이 새롭게 제시됐다. 장흥·보성강댐이 2023년 가뭄 중장기대책에 포함된 점을 고려한 조치다.

기후부는 반도체 용수 수요 및 가뭄 대비까지 고려해 하루 106만t의 용수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주댐 농업용수도 반도체 산단에 공급하되 영산강 하굿둑물 수질정화시설 등 대체 시설을 마련해 기존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가뭄대책 물량까지 끌어다 쓰는 주먹구구식,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땜질 처방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지킬 수 없는 무리한 계획으로 호남 주민들에게 희망 고문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산단 추진은 진정으로 국가 산업 발전과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sth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