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가 정유업계의 새로운 수출 효자로 떠올랐다. 휘발유, 경유와 달리 정부의 수출 제한을 받지 않아 수익성 높은 해외 시장에 판매할 수 있어서다.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항공유 생산량은 1538만2000배럴로 전년 동월보다 20.1% 증가했다. 월간 기준 2019년 8월 이후 7년 만의 최대치다. 같은 달 휘발유 생산량이 2.5%, 경유는 2.3%, 등유는 9%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휘발유·경유 수출 제한속…정유업계 '효자'된 항공유
수출도 늘고 있다. 항공유 수출량은 7월 1081만1000배럴로 2023년 3월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누적 수출량은 6897만6000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13% 늘었다. 같은 기간 휘발유와 경유 수출량은 각각 6393만5000배럴, 1억2982만1000배럴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5.7%, 3.4% 감소했다. 수출량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단가까지 올라 1~8월 항공유 수출액은 97억8000만달러(약 13조6920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86.8%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항공유에 별도 수출 제한이 없었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휘발유, 경유, 등유의 월별 수출량을 전년 동월의 100% 이내로 관리하고 국내 반출량은 90%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글로벌 휘발유·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음에도 국내 정유사가 수출량을 추가로 늘리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항공유는 관리 대상에서 빠졌다. 결과적으로 해외 수요 증가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대응할 수 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1등 공신이었다. 유럽으로 수출된 물량은 지난해 1~8월 499만4000배럴에서 올해 같은 기간 1074만4000배럴로 115.1% 증가했다. 전체 항공유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도 8%에서 16%로 두 배로 높아졌다. 8월만 놓고 보면 유럽 비중이 47%에 달해 아메리카(29%)와 아시아(21%)를 제치고 최대 수출 지역이 됐다.

유럽 수출이 급증한 것은 현지 공급난으로 판매 단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럽은 주로 중동과 인도에서 항공유를 조달하기 때문에 미국·이란 전쟁 여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트는 올 4분기 유럽의 항공유 부족 규모가 하루 51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유럽 항공유 마진을 배럴당 80~90달러, 아시아 지역을 50~60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배럴당 약 30달러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장거리 운송비를 부담하고도 한국산 항공유를 유럽에 판매할 유인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준영 기자 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