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중국 숏드 위험한 냥이 선배와 동거중, 반차규수
/사진= 중국 숏드 위험한 냥이 선배와 동거중, 반차규수
글로벌 미디어 시장을 뒤흔드는 숏폼드라마 열풍에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하며 시장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작 AI 숏드라마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중국 현지에서는 관련 제작사의 90%가 적자의 늪에 빠지며 혹독한 구조조정 한파를 맞닥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제작비를 획기적으로 감축했다는 환상 뒤에 기형적인 트래픽 경쟁과 질적 저하라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어서다.

숏폼 콘텐츠를 향한 글로벌 시청자들의 집착이 가빠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앱 마켓 분석 업체 센서타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숏폼드라마 애플리케이션의 결제액 및 다운로드 수치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국내 시장 역시 이용자 규모가 불과 1년 사이 3배 이상 폭증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거대 스트리밍 공룡인 넷플릭스마저 피드형 숏폼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하며 판을 키우는 양상이다. 여기에 생성형 AI 기술이 본격 도입되면서 기획부터 영상 제작, 성우 더빙에 이르는 과정이 대폭 단축됐다. 제작비 절감과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구조가 구축되면서 숏드라마 시장은 K-콘텐츠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선제적으로 AI 숏드라마 시장에 뛰어든 중국의 실상은 핑크빛 전망과 거리가 멀었다. c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지 마케팅 데이터 분석 업체 데이터아이는 이같이 집계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최대 숏폼 플랫폼 틱톡(더우인)에 신규 등록된 원생 AI 및 만화형 숏드라마는 무려 22만 1900여 편에 달했다.

문제는 쏟아진 물량 대비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작품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체 작품 가운데 누적 조회수 1억 회를 넘어선 흥행작은 1055편으로, 비율로 따지면 0.48%에 그쳤다. 약 200편 가운데 단 1편만이 1억 뷰 고지를 밟은 셈이다. 심지어 전체 공급량의 80%가량은 누적 조회수가 100만 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사를 겪었다.
중국 숏드라마 '표량적 악의'
중국 숏드라마 '표량적 악의'
업계에서 집계하는 최소 손익분기점(BEP)인 조회수 5000만 회를 돌파한 비중 역시 전체의 1.3% 미만에 머물렀다. 제작 수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나,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갖춘 작품은 사실상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참혹한 성적표가 나온 배경에는 AI 기술이 가져온 역설과 기형적인 유통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AI를 활용해 촬영 및 편집 비용은 크게 낮췄으나, 하루에도 수천 편씩 범람하는 시장에서 알고리즘 노출을 확보하기 위한 '트래픽 구매 비용(모객 광고비)'이 천문학적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중국 지식재산권 전문 매체 중국지식산권보와 현지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는 제작사들이 절감한 제작비를 모두 플랫폼 노출을 위한 마케팅비로 쏟아붓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체 매출의 80~90%가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되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적자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AI 생성 영상 특유의 어색한 시선 처리와 인물 프레임 붕괴 등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시청자들의 이탈률을 가속화했다.

결국 한계에 다다른 중국 내 AI 숏드라마 제작사의 약 90%가 극심한 적자에 시달리며 대대적인 인력 감원 및 사업 철수 절차를 밟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례가 초기 단계에 진입한 국내 숏드라마 산업에 명확한 경종을 울린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AI를 통한 대량 생산과 양적 확장에만 몰두할 경우 트래픽 마케팅비 폭탄과 저작권 침해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며 "품질 높은 IP 확보와 정교한 연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AI 숏드라마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