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해 입원 치료 중인 국가유공자를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해 입원 치료 중인 국가유공자를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의 진료를 맡는 보훈병원에서 의사가 지난해 4명 중 1명꼴로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인력 부족이 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의료장비 10대 중 6대 이상은 내구연한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훈병원 의사직 퇴직률은 23%였다. 2022년 24%에 이어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보훈병원 의사직 퇴직률은 2016년 12%에서 2019년과 2020년 각각 20%까지 올랐다. 2021년 17%로 낮아졌다가 2022년 24%로 뛰었고, 2023년 15%, 2024년 17%를 기록한 뒤 지난해 다시 23%로 상승했다.

의사 이탈은 만성적인 전문의 구인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해 장기간 문을 닫은 진료과도 있다. 대구보훈병원 호흡기내과는 2019년부터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7년 넘게 휴진 중이다. 광주보훈병원 호흡기내과와 인천보훈병원 내분비내과도 전문의 부재로 휴진하고 있다. 대구보훈병원은 지난달에도 호흡기내과 등을 대상으로 의사직 채용 공고를 다시 냈다.

올해 4월 말 기준 전국 보훈병원의 의사 정원은 490명이지만 실제 근무 인원은 442명으로 48명이 부족했다. 의사직 결원은 2022년 49명에서 2023년 31명으로 줄었다가 2024년 37명, 지난해 46명으로 다시 늘었다. 공단은 2024년 국정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의사직 처우 개선을 위한 성과급 도입 등 대책을 내놨지만 결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의료장비 노후화도 두드러졌다. 올해 8월 말 기준 보훈병원이 보유한 주요 의료장비 967대 가운데 내구연한이 올해 또는 그 이전에 끝난 장비는 615대로 63.6%였다. 병원별로는 인천보훈병원이 74.2%로 가장 높았고 부산 66.3%, 광주 66.2%, 중앙 65.0%, 대구 57.2%, 대전 54.6% 순이었다.

내구연한을 십수 년 넘긴 장비도 있었다. 광주보훈병원의 혈소판보존기는 내구연한이 2009년에 끝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보훈병원의 자동혈액배양시스템과 대구보훈병원의 심장초음파진단기는 각각 2010년이 내구연한 만료 연도였다. 중앙보훈병원의 자기공명영상진단기(MRI), 뇌혈관조영촬영기,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 일부도 2018년에 내구연한이 만료된 것으로 조사됐다.

내구연한을 넘겼다고 해서 곧바로 장비의 성능이나 안전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고령의 국가유공자가 주로 이용하는 보훈병원의 특성을 감안하면 장기간 사용한 장비에 대한 성능 점검과 교체 계획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자 만족도도 하락했다. 보훈병원 고객만족도 평균은 2024년 92.0점에서 지난해 86.8점으로 5.2점 떨어졌다. 외래 분야 만족도 역시 같은 기간 88.6점에서 84.1점으로 낮아졌다. 대전보훈병원의 외래 만족도는 89.9점에서 79.3점으로 10.6점 하락했다.

박 의원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의료를 책임지는 보훈병원에서 의사는 떠나고 의료장비는 늙어가고 있다"며 "의료인력 이탈 원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노후 장비 교체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