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로 붐비고 있는 김포골드라인 내부 모습. 연합뉴스
승객들로 붐비고 있는 김포골드라인 내부 모습. 연합뉴스
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경기 김포시가 7년 만에 또 다른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김포에 처음 철도가 들어온 것은 2019년 9월이다. 김포골드라인이 개통하면서 '철도 불모지'에서 벗어났지만 출퇴근 시간 혼잡과 서울로 가기 위해 김포공항역에서 갈아타야 하는 불편은 여전히 남아 다.

이번에 김포가 기다리는 철도는 서울지하철 5호선이다. 서울 5호선 김포·검단 연장 사업이 지난 3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면서 오랜 숙원사업이 한 단계 진전됐다. 철도 하나만 놓이면 서울 출퇴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7년 만에 다시 새로운 철도를 기다리게 된 셈이다.

2량짜리 골드라인의 한계…7년 지나도 출근길 '빽빽'

김포골드라인은 양촌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김포 주요 주거지를 잇는 경전철이다. 구래·마산·장기·운양·걸포북변·사우·풍무·고촌 등을 거쳐 김포공항역에 도착한다.

2019년 9월 골드라인 개통은 김포에 큰 변화였다. 한강신도시 조성 이후 버스와 승용차에 의존하던 주민들이 처음으로 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김포공항역에서 5·9호선과 공항철도 등으로 갈아타면 서울 주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많은 승객이 몰리면서 한계도 드러났다. 골드라인은 한 편성이 2량으로 구성된 경전철이다. 김포시가 열차를 추가 투입하고 배차간격을 줄이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출퇴근 시간 혼잡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장기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열차가 2~3분 사이에 한 대씩 오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붐비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역에서 다시 열차를 갈아타야 하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김포 안에서는 철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서울 주요 업무지역으로 출퇴근하려면 김포공항에서 5·9호선이나 공항철도 등으로 환승해야 한다.

결국 김포 주민들이 다시 기다리는 것이 5호선이다. 서울 5호선 김포·검단 연장 사업은 서울 방화에서 인천 검단을 거쳐 김포까지 25.8㎞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지난 3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은 기본계획 수립 단계로 넘어갔다.

예타 기준 정거장은 총 10곳이다. 김포에 7곳, 인천에 2곳, 서울에 1곳을 두는 계획이다. 다만 추가 역사와 세부 노선 등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검토를 거쳐 확정된다.

5호선은 골드라인과 달리 서울로 직접 연결되는 중전철이다. 김포에서 마곡·여의도·광화문 등 서울 주요 업무지역까지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기존 골드라인에 몰린 서울행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예타 통과가 곧 개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계획과 설계, 착공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남아 다. 특히 세부 노선과 역사 위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어느 지역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지도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골드라인 따라 형성된 주거지…김포 집값은


김포 아파트 거래는 올해 들어 3500건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2일까지 김포에서 체결된 아파트 매매는 해제 거래를 제외하고 3534건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1월 431건에서 2월 334건으로 줄었다가 3월 507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 이후 4월 464건, 5월 418건, 6월 435건을 기록했다. 7월에는 368건, 8월에는 360건으로 두 달 연속 300건대로 내려왔다. 9월은 22일까지 217건이 거래돼 아직 다른 달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거래는 주요 주거지역에 집중됐다. 풍무동이 722건으로 전체의 20.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장기동이 629건(17.8%)으로 뒤를 이었고 운양동 356건(10.1%), 구래동 330건(9.3%), 고촌읍 신곡리 280건(7.9%), 걸포동 195건(5.5%) 순이었다. 장기·운양·걸포동 세 지역에서만 1180건이 거래돼 김포 전체 거래의 33.4%를 차지했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있는 한 아파트. / 사진=한경DB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있는 한 아파트. / 사진=한경DB
이들 지역의 집값은 어떨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풍무동에 있는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7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김포골드라인이 들어왔을 무렵인 2019년 5억8500만원에 거래된 단지다. 2467가구 규모 대단지로 김포골드라인 풍무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풍무동 대표 대단지다.

장기동 대장 아파트인 ‘e편한세상캐널시티’ 전용 84㎡는 지난 3월 6억49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지난 8월엔 5억7500만원에 손바뀜하는 등 가격이 주춤하다. 운양동 ‘한강신도시운양역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 3월 6억4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최근 들어선 4억원대, 5억원대 거래가 나오면서 가격이 부진한 상황이다.

장기동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장기동, 운양동 일대에 아파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살기 좋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나오는 매물은 많은데 매수가 많지는 않다. 전국적으로 매수세가 줄어든 영향을 김포도 받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낡은 원도심에 7000가구…북변동도 확 바뀐다

새로운 철도를 기다리는 사이 김포의 주거지도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북변동이다.

북변동은 김포의 오래된 원도심이다. 한강신도시가 개발되면서 김포 주택시장의 무게중심이 장기·운양·구래 등으로 이동했지만 최근 재개발 사업이 잇달 진행되면서 대규모 신축 주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북변3구역에서는 1200가구 규모 '김포 북변 우미린 파크리브'가 공사 중이다. 2027년 12월 입주 예정이다. 인근 북변4구역에서는 3058가구 규모 '한강 수자인 오브센트'가 들어서고 있다. 2028년 입주가 예정됐다. 북변5구역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북변3·4·5구역 개발이 마무리되면 이 일대에는 7000가구가 넘는 신축 주거지가 형성될 전망이다.

북변동은 이미 김포골드라인 걸포북변역을 이용할 수 있다. 철도가 없던 지역에 처음 노선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철도망을 갖춘 원도심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다. 여기에 5호선 연장 사업까지 구체화하면서 향후 교통망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김포 지역 중개업계에서는 서울과 가까운 원도심의 입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가격 상승 여력을 무조건 높게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변동 B 공인 관계자는 "서울과 가까운 지역은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신축 아파트가 7억원대부터 시작하면 조금 더 자금을 보태 서울로 진입하려는 수요도 있기 때문에 가격이 예상만큼 크게 오를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포시 풍무동, 사우동, 걸포동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김포시 풍무동, 사우동, 걸포동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5호선의 세부 역사 위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북변동의 주택시장 변화를 5호선 기대감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재개발에 따른 신축 효과와 서울 접근성, 기존 골드라인 등 여러 요인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김포골드라인이 김포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역할을 했다면 5호선 연장은 연결성을 높여주는 의미가 있다"며 "골드라인은 2량 경전철이고 서울 주요 업무지역으로 가려면 김포공항에서 환승해야 하지만 5호선이 연장되면 마곡·여의도·광화문 등으로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고 서울행 수요가 분산되면서 골드라인의 혼잡 완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에서는 철도가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매일 얼마나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오랫동안 추진된 사업인 만큼 연장 기대감이 일부 단지의 호가와 매수 심리에 반영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최근 가격 움직임을 모두 철도 효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기본계획과 설계를 통해 역 위치와 출입구 등이 구체화되고 착공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직접 수혜 단지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효과는 행정구역보다 새 역까지 실제 보행거리와 출퇴근 여건이 얼마나 개선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특히 기존 철도 접근성이 낮았던 곳이 새롭게 도보 역세권이 된다면 상대적으로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 접근성과 함께 학교·상권·생활편의시설을 갖춘 아파트가 실수요를 흡수하기 유리하다"며 "골드라인 혼잡 완화에 따른 간접적인 혜택도 있겠지만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새 역을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주택에 더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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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