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레드퀸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출처=레드퀸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인공지능(AI)이 신종 병원체와 생물무기 설계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AI로 미래 감염병에 대응할 항체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공격 기술 발전을 늦추는 규제만으로는 위험을 막기 어렵다는 전제로, 실제 위협이 발생하기 전에 여러 바이러스 계열에 사용할 치료제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오 스타트업 '레드퀸바이오'는 AI를 활용해 조류독감을 비롯한 잠재적 병원체에 대응할 항체를 설계하고 있다. AI가 설계한 바이러스까지 대응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3600만달러를 조달했고, 오픈AI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회사는 조류독감과 다른 독감 계열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항체 치료제의 인체 임상을 내년께 시작할 계획이다.

레드퀸바이오는 한누 라야니에미와 니콜라이 에로셴코가 2025년 설립했다. 두 사람은 AI 발전으로 테러조직이나 불량국가가 치명적인 생물무기를 설계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AI 기반 생물무기에 AI로 대응 치료제를 만드는 방안을 오픈AI에 제안했다. 수학물리학과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가진 두 창업자는 이후 이를 사업화했다.

레드퀸바이오는 '항체' 의약품에 집중한다. 하나의 특정 바이러스가 아니라 아직 등장하지 않은 유사 바이러스까지 포함한 바이러스 계열 전체를 상대로 보호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항체가 표적과 더 강하게 결합하도록 설계해 투여량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에로셴코 최고경영자(CEO)는 "항체의 결합력이 높을수록 필요한 양이 줄어들어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치료제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이나 백신 접종 이후 인체 면역체계는 병원체 표면의 특정 분자에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면역력을 형성한다. 이 때 외부에서 항체를 주입하면 일시적 예방 효과를 얻거나 감염 이후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라야니에미 최고 경영이사는 2012년 어머니의 유방암이 재발해 전이된 경험을 계기로 면역체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인체 면역체계가 비정상 세포를 지속적으로 감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AI 생명공학으로 생물학적 공격이 가능해지고 유전공학으로 암과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미래를 그린 공상과학소설 ‘다크홈(Darkome)’도 출간했다.

AI 생물안보를 둘러싼 우려는 실제 사용 사례와 맞물려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챗봇 사용자 수백명이 에어로졸 형태의 병원체와 변형 홍역 등 독성물질과 생물무기를 만들고 사용하는 방법을 문의한 사실을 확인했다. 앤트로픽은 이달 자사 클로드 챗봇을 이용해 포유류에 적응하고 팬데믹 위험이 높아진 조류독감을 설계하려는 시도를 탐지했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