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조율 따른 마지막분…유권자 물가고에 골머리 에너지 장관 "유럽, 약속분 중 극히 일부만 방출" 불만
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전략비축유(SPR) 재고 중 최대 4천만 배럴(63억6천만 L)을 추가로 방출키로 결정했다.
이번 방출분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조율에 따라 약 30개국이 풀기로 올해 3월 약속했던 유류 비축분 4억 배럴(636억 L)의 일부이며, 미국이 약속했던 1억7천200만 배럴(273억5천만 L) 중 마지막 분량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방출분에 대한 제안서 제출 마감은 미국 중부시간(CT)으로 10월 6일 오전 11시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몇몇 유럽 회원국들은 약속했던 원유와 석유 제품 중 극히 일부만 방출했다"며 "모든 회원국이 약속을 이행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은 유류 재고 방출 약속을 지켰다고 지적하며 유럽 국가들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덴 예르겐센 유럽연합(EU) 에너지·주택 담당 집행위원은 29일 EU가 IEA의 파티흐 비롤 사무총장과 긴급 석유 비축분을 추가로 방출할지 논의했으나 회원국들에 이를 촉구할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며 "이 문제들에 관해 회원국들과 IEA 사이에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EU가 가격 급등 완화 필요성과 더 심각할 수 있는 공급 차질에 대비한 긴급 비축분 보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르겐센 집행위원은 또 미국이 경유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이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라이트 장관에게 전달했으며 라이트 장관도 그런 조치를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IEA가 조율해 정한 비축유 방출 예정분 중 EU 회원국들이 부담키로 한 몫은 약 20%였다.
EU는 지금까지 회원국들이 방출한 총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IEA는 EU 국가들의 기여분이 원유보다 주로 정제 석유제품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인하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압박을 느끼고 있다.
현재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3.785 L)당 약 4.45달러(6천22원)로 2월 말 이란 전쟁 개시 이후 50% 가까이 상승했으며, 경유 평균 가격은 약 70% 올라 역대 최고치인 갤런당 6.50달러(8천796원)에 이르렀다.
특히 농업, 화물 운송, 제조업의 필수 연료인 경유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화당 지지세가 우세한 농촌 주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류, 특히 경유의 가격을 내리기 위해 외국의 비축유 방출을 장려하고, 미국 디젤 수출을 제한하며, 정유업체와 협력해 국내 공급을 늘리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SPR 재고는 2억8천400만 배럴 미만으로 줄어든 상태이며, 1982년 이래 최저치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본격 침공 개시와 트럼프 2기 행정부 때인 올해 2월 이란 전쟁을 계기로 대규모 SPR 방출을 했다.
연방법에 따르면 SPR 재고가 2억5천240만 배럴 아래로 떨어지면 비상사태가 아닌 한 SPR 방출을 할 수 없다.
다만 저장고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가동되려면 유지돼야 하는 SPR 재고의 기술적 가동 최저 한계선은 이보다 낮으며, 워싱턴DC 소재 컨설팅업체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추산에 따르면 약 7천만 배럴이다.
미국 정부의 SPR 방출은 정부가 입찰에서 선정된 기업들에게 원유를 빌려주되 프리미엄을 붙여 되돌려받는 대여 방식으로 이뤄진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대여분 원유의 반환이 2028년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며 프리미엄이 최대 24%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