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속통합기획과 패스트트랙,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등으로 정비사업의 제도적 절차가 과거보다 단축됐으나, 현장에서는 소유자 동의 확보라는 새로운 병목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비계획 수립과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에도 조합설립 동의율 70%를(재건축) 채우는 데 1년 이상 지체되는 단지가 다수 발생하는 실정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정비업체의 역할 전환 계기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인허가 서류와 각종 회의 진행 등의 정확성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소유자에게 사업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시키느냐가 중요해졌다. 외부 소유자 비율이 높은 노후 단지일수록 밴드나 단체 대화방만으로는 정보가 닿지 않고, 60대 이상 소유자와 40대 자녀 세대가 정보를 얻는 소통 경로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비업체 빛세움은 인천 만수주공(1만338세대)에서 10일 만에 동의율 57%, 목동4단지에서 9일 만에 추진위 설립 동의율 76%를 달성했다. 목동10단지·13단지, 신당10구역, 중림동 398구역, 사당17구역 등 서울 주요 지역 외에 공공재개발 현장인 흑석2·홍은1구역 등에서도 정비사업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년 경력의 빛세움 정비사업그룹 조구형 대표를 만나 소통 중심 정비사업 행정의 성과와 전망을 들었다.

9일~10일 만에 동의율이 상승한 배경은 무엇인가.

소유자가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는 이유는 반대해서가 아니라 몰라서다. 절차나 예상 분담금 계산 방식, 서명 후 변경 사항을 알지 못하면 의사결정을 미루게 된다. 이에 동의서를 돌리기 전 단계별 안내 영상과 카드뉴스를 제작해 배포하고,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중계해 현장 미참석자도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즉각적인 정보 제공이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진 결과다.

정비업체가 콘텐츠와 앱까지 직접 하는 이유는.

행정은 정비업체, 홍보는 집행부 또는 온라인 광고회사, 소통은 단체 대화방으로 하면 각각 분리돼 책임도 나뉜다. 동의율이 안 오르면 책임성이 문제가 된다. 빛세움은 행정대행 업무 용역에 콘텐츠 제작과 조합 전용 앱 운영을 통합했다. 이를 통해 추진위(조합)는 온라인 홍보업체를 따로 뽑는 절차가 필요가 없고, 책임도 하나다. 정비업체가 자체 콘텐츠 솔루션과 앱을 함께 운영하는 형태는 국내 처음이다.

앱 ‘업유’는 무엇이 다른가.

정비업체가 직접 만든 첫 조합 앱이다. 오는 12월 런칭하고 내년 1월부터 서비스할 예정이다. 공지·고시·회의자료·총회 안건의 배경 설명, 영상과 카드뉴스, 전자동의와 전자투표 전자설문, 도시정비, 세무, 법무 전문가 상담까지 하나의 앱으로 통합했다. 20년 현장에서 조합원이 실제로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다. 총회 안건을 이해하고 앱에서 바로 투표하는 구조가 되면 총회 진행 시간과 관련 비용이 크게 단축된다.

대규모 단지와 공공 사업지에서 수주가 이어지는 이유는.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4단지, 10단지, 13단지 및 신월동 7-1 재개발 등 목동 지역 4개 단지와 인천의 만수주공은 약 1만 세대 이상의 단지이다. 초대형 단지에서는 소통 능력이 곧 업무 수행 능력이다. 강남구 일원동 청솔빌리지 재건축 및 목동신시가지 4단지는 공공지원 정비업체로 선정됐다. 흑석2·홍은1·신당10구역 등 공공재개발 및 신속통합기획 사업지에서는 공공이 요구하는 절차의 정확성과 투명성 기준을 충족해 온 점이 평가받았다.

앞으로 정비업체 선택 기준은 어떻게 달라질까.

실적과 자금력은 기본이고, 이제는 ‘소유자에게 사업을 어떻게 이해시키고 소통을 강화할 것인가’를 묻게 될 것이다. 그 답을 정비사업 용역업무에 온라인 소통·홍보 서비스까지 통합해서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비업체 선택, 무엇을 봐야 하나.

전문가들은 정비업체를 고를 때 실적 규모와 함께 두 가지를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첫째, 동의서 징구 기간 같은 ‘속도의 근거’가 있는지. 둘째, 소유자들과 투명하고 신속하게 소통할 방법을 가지고 있는지다. 절차가 빨라진 시대의 병목은 결국 소유자의 이해이고,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정비업체가 사업 속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