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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공방, 인사동서 특별기획전 '목리, 천년을 잇다' 개최
전통 소목의 아름다움과 전승의 의미를 알리기 위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고(故) 의천 정돈산 선생의 뒤를 잇는 정권희·정권석 형제의 목가구를 소개한다. 대표 작품 삼층장-석(石)과 평안도 박천 반닫이 등을 비롯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책장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의천공방은 정돈산 선생이 1979년 경남 진주에서 시작한 전통 소목 공방이다. ‘의천’이라는 이름은 스님에게 받은 호에서 유래했다. 정 선생은 1984년 제9회 전승공예대전에서 삼층문갑장 ‘태극장’으로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199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로 지정됐다. 생전 “적어도 3대 이상 물려 쓸 수 있는 가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그는 나무가 가구로 다시 살아가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주인을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철학을 지켜왔다.
정권희 대표는 아버지가 물려준 나무를 지키고 연구하며, 나무가 살아온 이야기를 목리로 드러내는 데 집중해 왔다. 정권석 장인은 목가구를 집에 들이는 일을 자연을 들이는 일로 바라본다. 가구를 닦고 만지며 가꾸는 손길이 쌓일수록 아름다움이 피어나고, 대대로 물려주면서 그 아름다움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사람은 나무가 지나온 시간을 읽고, 다른 한 사람은 가구가 사람과 함께 살아갈 시간을 이야기한다. 두 시선은 오래도록 곁에 두는 가구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만난다.
전시 제목에 포함된 ‘목리(木理)’는 나뭇결을 의미한다. 의천공방은 나무가 세월을 견디며 남긴 흔적 속에서 산과 강, 구름의 형상을 읽어내고 그 결을 살려 가구를 만든다.
정권희 대표는 느티나무를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말로 소개한다.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나무가 가구로 모습을 바꾸어 사람의 곁에 남는다는 뜻이다. 나무의 삶은 목리라는 흔적을 남기고, 장인은 그 흔적이 새로운 쓰임 속에서 이어지도록 다듬는다. 이번 전시의 ‘천년’은 나무가 품은 긴 시간과 앞으로 이어질 삶을 상징한다. 아버지에게서 두 아들로 전해진 소목의 기술은 그 시간을 연결하는 손길이다.
한 점의 가구를 완성하기까지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의천공방 도록에는 나무를 묵히고 건조·숙성하는 데 10~30년에 이르는 과정이 소개돼 있다. 나무의 성질을 살피고 뒤틀림과 갈라짐을 줄이기 위한 시간이다. 여기에 결을 살리는 제작과 반복적인 옻칠이 더해진다. 완성된 가구 앞에서 관람객이 마주하는 것은 나무의 무늬이면서, 그 무늬를 드러내기까지 쌓인 장인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인 삼층장에서는 층층이 나뉜 구성과 나뭇결이 이루는 조화를 살펴볼 수 있다. 평안도 박천 반닫이는 구멍을 뚫어 문양을 낸 장석으로 인해 ‘숭숭이 반닫이’라고도 불리는 가구로, 정교한 금속 장식과 안정감 있는 형태가 감상 포인트다. 함께 공개되는 미공개 책장들은 두 형제가 이어온 작업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