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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항공·은행망 동시 압박…중동·유럽서 고립 심화
오만·UAE·튀르키예, 이란 항공편·은행 차단
중국·러시아 노선은 여전히 유지
중국·러시아 노선은 여전히 유지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너선 버크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는 이달 중동과 유럽을 돌며 이란과 계속 거래하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을 각국 정부에 전달했다. 미 재무부가 접촉한 국가는 50곳이 넘는다. 버크 차관보는 협력국들이 미국의 요구를 이전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압박 효과는 항공과 금융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란 항공사들은 주요 역내 노선에서 잇달아 퇴출당했고 이란 최대 상업은행인 멜리은행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란 관련 거래가 막혔다. 튀르키예도 이란과의 무역 결제 창구였던 멜라트은행의 영업허가를 취소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과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사태 이후 장기간 제재를 받아왔다. 달러 결제망과 해외 자산에 접근하지 못하면서도 주변국을 통한 항공·금융 연결망은 상당 부분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전쟁에서 이란이 UAE 등 걸프 국가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고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주변 선박을 공격하면서 역내 불신이 커졌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진출과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도 압박 강화의 배경이 됐다.
버크 차관보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이란과 서방의 중재자 역할을 해온 오만이었다. 오만은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 마한항공의 운항을 허용해왔다. 서방은 이 항공사가 혁명수비대의 무기와 병력, 물자 수송에 이용된다고 본다. 오만 정부는 버크의 방문을 미국이 제재 집행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고 일주일 안에 마한항공 운항을 금지했다. 지난 23일에는 모든 이란 항공사의 운항을 차단했다.
이란의 세계 금융시장 연결 통로였던 UAE도 움직였다. UAE 당국은 멜리은행 현지 지점의 이란 관련 거래를 막고 24일 모든 이란 항공사 운항을 금지했다. 과거 멜리은행을 통해 이란 고객의 상품 대금을 결제한 금융 중개인은 이번 조치가 이란 대외무역의 핵심 기반을 타격했다고 평가했다.
튀르키예는 마한항공 운항과 멜라트은행 영업을 중단했다. 미국 외교관들이 접촉한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도 이란 항공편을 막았다. 영국은 런던에서 영업해온 이란 은행들에 대한 제재 면제를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영업허가 갱신을 앞둔 멜리은행 런던 자회사가 사실상 문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의 제재 전문 변호사 나이절 쿠슈너는 20년간 이란 제재를 자문했지만, 최근 몇 주처럼 항공과 은행에 강한 압력이 가해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의 대외 통로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마한항공은 주요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 노선을 계속 운항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도 두 나라의 이란 연계 기업과 관계자를 제재했지만, 중국·러시아 문제는 백악관 차원의 더 큰 외교 현안과 맞물려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제재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각국이 지금의 조치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 매슈 레빗 전 미 재무부 정보분석 담당 부차관보는 “상대국이 미국의 강한 집행 의지를 믿어야 제재가 효과를 낸다”며 “압박의 지속성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