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파고든 편법들…"2년 계약이지만 1년 뒤 증액해달라"
서울 용산구에 사는 전세입자 A씨는 최근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2년 연장·보증금 5% 인상’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으려 했다. 그러나 계약 직전 집주인이 “시세보다 낮다”며 입장을 바꿨다. 계약 기간을 1년으로 줄이거나, 2년을 유지하되 1년 뒤 보증금을 자동으로 5% 추가 인상하는 특약을 넣자는 요구였다. A씨가 항의했지만 중개사는 집주인 주장만 되풀이했고, 결국 1년 갱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는 임차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공인중개사의 불공정 중개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일부 중개사가 매물 확보를 위해 임대인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며 세입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유도하는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전세 매물 부족으로 집주인 우위 시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298건으로 1년 전(2만3390건)보다 13.2% 감소했다.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는 임대료 인상을 위해 2년 계약을 1년 단위로 나누도록 강요하거나,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중도 퇴거하는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부담해야 할 중개보수를 떠넘기는 행위가 꼽힌다.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당사자 간 자발적 합의인지, 중개사의 부당 개입이 있었는지를 판단한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을 소홀히 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며, 허위 설명 시에는 업무정지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A씨는 “집주인과 중개사가 한편이 돼 압박하면 세입자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전 계약에서도 집주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이 거절됐지만, 같은 단지 다른 동에 거주하는 상황이어서 납득하기 어려웠음에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갱신청구권 행사로 연장된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본다. 이와 달리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 A씨처럼 1년 갱신에 합의했더라도 법적으로는 2년 거주를 주장할 수 있다.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계약서와 문자메시지 등을 첨부해 서울시 응답소나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면 된다.

서울시는 행정 단속과 함께 업계의 자정 노력도 병행할 방침이다. 지난달 법정단체로 격상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실효성 있는 자율 개선책 마련을 요청할 계획이다. 김창규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계약 과정에서 어느 한쪽의 권리가 부당하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