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서부 전선의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로 의심되는 폭발이 발생해 군 간부 최소 3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일주일 전 진행된 국방부 브리핑이 재조명되고 있다.

22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진행된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장도영 합동참모본부(합참) 공보실장은 "북한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지뢰지대를 개설한 곳이 6곳이라는 주장이 나왔다"는 취재진의 질의에 "지난주에도 이와 관련된 저희가 답변을 드린 것으로 제가 이해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우리 군은 북한의 MDL 침범 등 활동을 면밀하게 감시하면서 작전 수행 절차에 따른 원칙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일부 지형 변화가 있는 것을 식별하였으며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에 대해 유엔사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뢰지대의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선 "보안상 확인해 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취재진이 "일부 지형 변화가 탐지됐다고 하는 것은 단순한 월선이 아니고 우리 MD 밑으로 내려와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보고 계시는 것이냐"고 묻자, 합참은 "지형 변화가 있는 것을 식별했다는 점은 그곳에 여러가지 감시 장비나 이런 것들을 포함해서 확인한 사항"이라고 했다.

다만 "그게 몇 곳인지 확인해 드리는 거는 조금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거듭 즉답을 피했다.

취재진은 "그러니까 그 지형 변화가 단순한 월선이 아니고 거기에서 일정 기간 동안 지금 작업이 진행됐다고 이해를 해도 되는 것이냐"고 물었고, 장 실장은 "그렇다. 작업이 진행돼서 지형 변화가 있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된다"고 했다.

그러자 취재진은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해 추궁했다. 한 취재진은 "북한이 내려와서 작업하는 동안 우리 군은 어떤 대응을 했나"라고 물었고 합참은 "기준과 원칙에 따라 작전적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재차 "결과적으로 일정 정도 지형 변화가 생기고 작업이 이뤄졌다는 것은 우리 군의 원칙적인 대응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장 실장은 "문제가 있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기준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작전적 조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취재진은 북한군이 MDL을 넘어 작업을 벌인 정황이 확인된 만큼 기존 대응의 실효성을 거듭 따져 물었다. 한 기자가 "결과적으로 북한군이 MDL을 남하해 지형 변화가 일어날 만큼 작업을 했는데 기존 대응이 효과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묻자 장 실장은 "작전적 조치의 효과나 그 외 상황에 대해서는 작전 보안상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우리 군은 북한의 MDL 침범에 대해 기준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군이 작업을 벌이는 동안 우리 군의 원칙이 사실상 '무대응'이었느냐는 질문엔 장 실장은 "무대응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작전적 조치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를 일일이 설명드리는 것은 보안상 제한된다"고 답했다.

향후 대응 원칙에 변화가 생기느냐는 질문에도 장 실장은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전지역 대응을 포함해 전력 보강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기존 대응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 아니냐고 재차 따져 물었지만 장 실장은 "그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지뢰 매설 여부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취재진이 북한군이 MDL 남쪽으로 내려와 지뢰를 매설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묻자 장 실장은 "제가 지뢰를 매설했다고 말씀드린 적은 없다"고 했다.

취재진이 지형 변화가 생겼다는 것은 현장에서 작업이 이뤄졌다는 의미 아니냐고 재차 묻자 장 실장은 "지형 변화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답했다.

어떤 변화였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을 일일이 확인해 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지형 변화가 있는 것을 식별했고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에 대해 유엔사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거듭 밝혔다.


답답함을 느낀 취재진은 "지금 MDL 밑으로 북한군이 내려와가지고 작업을 하고 지뢰를 매설하고 지형 변화가 생겼는데 보안상 이유로 말씀을 해 주실 수 없다고 하는 거는 그럼 뭘 말씀해 주실 수 있는 것이냐"며 "우리 전방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결과적으로 지금 북한군이 넘어와 가지고 거기다가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게 보안상 지금 조치를 제대로 못 취하신 건데 그렇지 않느냐"고 따져물었다.

장 실장은 "조치를 못 취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고 기준과 원칙에 따라…"라고 반복했고, 취재진은 "그 원칙대로 지금 하셔가지고 북한군이 밑에다가 MDL 밑에 지금 작업해서 지형 변화가 일어난 게 지금 정상적인 작업이 정상적인 절차냐. 정상적이지 않으니까 문제가 생긴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근데 그 부분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하고 그 원칙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답변해 줄 수 없다고 하고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어떤 얘기를 듣고 있어야 되는 거냐"고 비판했다.

뒤늦게 국방부 브리핑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무말도 안 할 거면 브리핑을 왜 하나", "회피성 말장난이다", "국민들도 알고 싶으니 투명하게 설명하라", "도대체 원칙이 뭐길래 저러냐"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DMZ) 북측 기정동 마을에서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DMZ) 북측 기정동 마을에서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합참에 따르면 전날 DMZ MMDL 이남에서 수색 작전을 하던 우리 군 간부 3명은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 사고로 부상을 당했다.

이번 폭발 사고는 MDL에서 남쪽으로 약 100m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들이 DMZ 내 수색로 개척 작업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폭발물이 터졌고, 이후 부상자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추가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색로 개척은 지형 변화가 발생한 DMZ에서 지뢰 등 위험요소를 확인하며 병력이 이동할 통로를 확보하는 작업이다.

최근 북한군은 MDL 일대에서 지뢰 매설과 전술도로·방벽 구축 등 이른바 '국경선화' 작업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사고 지역과 관련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 사이 MDL 남쪽에 조성한 지뢰지대 인근"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앞서 25사단 경계구역 내 북한군 지뢰지대 등 6곳이 MDL을 약 10~15m 넘어 조성됐다는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