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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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중국과의 거래 확대를 발판으로 코로나19 이후 경제와 외교적 입지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주민과 해외 노동자, 군인까지 외화벌이에 동원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기·광물·가공제품 수출과 해외 노동을 통해 확보한 자금과 물자가 정권의 군사력 확대와 재정 기반을 떠받치는 반면 생산 현장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강제 할당, 열악한 처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한국은행 추산으로 최근 3년 연속 3% 이상 성장하며 코로나19 시기의 위축에서 벗어났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과 탄약을 공급하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거뒀고,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과 밀가루·돼지고기·석유 등 물자를 공급받아 이를 국내에서 다시 판매해 이익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큰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는 노동력과 군사력의 해외 투입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약 1만6000명의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정보당국은 이 가운데 최대 2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파견 노동자도 주요 수입원이다. 중국에는 유엔의 2019년 송환 시한에도 약 10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북한 주민에게 3만6000건이 넘는 입국 비자를 발급했다. 이는 2024년의 네 배 수준이다. 대부분 교육 비자였지만 인권단체들은 "북한과 러시아 학교들이 건설·봉제·육가공 공장 노동을 ‘인턴십’, 임금을 ‘장학금’으로 위장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민간시장에선 북한 노동력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현지 인력업체들은 섬유공장과 식당, 농장 등에 북한 노동자를 장시간 근무 인력으로 광고하고 있으며 한 업체는 “흡연 휴식이나 결근 없이 일정대로 일한다”고 홍보했다. 또 다른 구인 글은 북한 여성 40명을 채용 대상으로 내놓으면서 탈북을 막기 위해 한 곳에서 공동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글로벌라이츠컴플라이언스 조사에서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의 평균 근무시간이 하루 14시간에 달했고 일부는 1년에 단 이틀만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교역에서도 주민 노동력이 수익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위성사진 분석에서 나타났다. 북한의 대표적인 공식 수출품인 가발과 인조 속눈썹 등 모발 제품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며 2024년 수출액만 1억8800만달러에 달했다.

외화 확보 압박은 일반 주민뿐 아니라 엘리트층과 국가기관에도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북한이 겉으로는 무상 공급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조직과 주민에게 할당량을 부과해 체제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중국 수출용 열매와 토끼 가죽 등을 공급하고 군 병력은 건설현장에 동원되는 한편, 외교관들은 쿠바산 시가나 아프리카산 코뿔소 뿔 등을 외교행낭으로 운반해 ‘충성자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NYT는 "북한의 최근 경제 회복이 단순한 교역 확대보다 국가가 주민과 조직에 수익 할당량을 부과하고 이를 국내외 노동과 군사활동으로 충당하는 구조와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