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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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이력서까지 대신 써주는 시대가 되면서 채용 시장에서 뜻밖의 ‘스펙’이 주목받고 있다. ‘닥스훈트 훈련하기’, ‘스크램블드에그 만들기’ 같은 취미다. 학력과 경력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지원자의 개성이 채용 과정에서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채용 시장에서 이력서에 독특한 취미와 관심사를 적는 구직자가 늘고 있다.

글로벌 법률 인재 채용업체 메이저린지앤드아프리카의 케이트 리더 셰이크 파트너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과 콜로라도의 대형 로펌에 수십 명의 변호사를 연결했다. 이들 중 일부는 명문 로스쿨과 대형 로펌 경력 아래에 ‘새집 만들기’ 같은 취미를 적었다. 한 변호사는 ‘레스토랑 수준의 스크램블드에그 만들기’를 자신의 특기로 내세웠다.

리더 셰이크는 WSJ에 “이런 내용을 보면 채용 담당자가 ‘마감에 쫓기는 새벽 3시에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취업을 주선한 변호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력서에 취미를 적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생성형 AI의 확산이 있다. AI로 누구나 짧은 시간 안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반대로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표현과 형식을 갖춘 지원서를 반복해서 접하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더 셰이크는 “독특한 취미 하나가 수많은 이력서에 지친 채용 담당자의 눈길을 붙잡아 지원서를 다시 읽게 만들 수 있다”며 “면접에서는 자연스러운 대화의 물꼬를 터주는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아무 취미나 적는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채용 전문가들은 취미를 적더라도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리더 셰이크는 취미 항목을 이력서 맨 마지막에 배치하고 한 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뉴욕의 인재 자문회사 스펜서스튜어트파트너의 레베카 손턴은 조직력이나 끈기처럼 직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자질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취미라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명문대 출신 지원자가 몰리고 비슷한 인턴 경험과 학력을 갖춘 경우가 많은 직군의 채용에서는 취미가 의외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성이다. 단순히 ‘스포츠’나 ‘음악’, ‘음식’을 좋아한다고 적는 식으로는 차별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WSJ은 “사실상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스포츠, 음악, 음식’에 관심이 있다”며 “지원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구체적인 관심사를 적어야 한다”고 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