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전복. /사진=연합뉴스
완도 전복. /사진=연합뉴스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하향 곡선을 그리던 전복 도매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했다. 선물세트 제작과 제수용 수요가 집중되는 명절 대목을 맞아 9월 들어 경매 시세가 오름세를 탄 것이다. 하지만 수년째 이어진 공급 과잉으로 산지 출하가는 이미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유통 현장에서는 이번 반등을 구조적인 시세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1일 수협노량진수산이 발표한 주간수산물동향에 따르면 9월 1주 차(8월 31일~9월 5일) 양식 전복(1㎏ 기준)의 일평균 경락시세는 1만9800원으로 집계됐다. 8월 4주 차(1만5300원) 대비 일주일 만에 29.41% 상승했다. 전복 도매 시세는 8월 1주 차 1만4900원, 2주 차 1만4600원, 3주 차 1만5100원, 4주 차 1만5300원으로 8월 내내 1만4000~1만5000원대 선에 머물러 있었다.

이날(11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거래된 활전복 물량은 2402.8㎏, 총 거래금액은 5772만9400원으로 평균 거래단가는 ㎏당 2만4026원을 기록했다. 선물용으로 쓰이는 대형 크기 중심의 특품 경매가 이어지면서 최고 낙찰가는 9만 원, 중가 밴드는 3만6000원 선에 형성됐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추석 선물세트 구성과 명절 특판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도매시장 내 단기 매입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생산량 3만t 돌파 전망…산지 출하가는 '바닥'

이명호 국가데이터처 차장(가운데)이 지난 6월 29일 전남 완도군에 위치한 어류양식동향조사 대상처를 방문, 담당 조사관(오른쪽)과 함께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명호 국가데이터처 차장(가운데)이 지난 6월 29일 전남 완도군에 위치한 어류양식동향조사 대상처를 방문, 담당 조사관(오른쪽)과 함께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지만 주요 산지의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내 전복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남 완도 일대의 누적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산업계에 따르면 전국 전복 생산량은 2024년 2만3317t에서 지난해 2만7177t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3만t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양식 기술 발달 등으로 폐사가 줄어들면서 2년 새 생산량이 30%가량 불어났다.

공급량이 확대되면서 산지 출하가는 수년째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2년 ㎏당 4만5000원 선이던 대형(8미 기준) 전복 산지가격은 최근 2만2000~2만5000원 선으로 반토막이 났다. 중형급인 10미(1㎏당 10마리) 산지 출하가 역시 2023년 2만4981원에서 지난해 1만9789원으로 주저앉았고, 올해 6월에는 1만4696원까지 급락했다. 사료비와 유류비 등 생산 원가를 건지기 어렵다는 어가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수출 시장 또한 일본 편중이 심한 데다 자연산 대형 전복 위주로 소비되어 국내 양식 잉여 물량을 단기간에 밖으로 털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4만 원대 선물세트 출시…가공식품·급식으로 소비 다변화

기사와 상관없는 사진. /사진=연합뉴스
기사와 상관없는 사진. /사진=연합뉴스
원물 가격 약세가 길어지자 유통가에서는 전복의 가격 문턱을 낮추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는 완도산 활전복으로 구성한 추석 선물세트를 4만 원대 초반에 출시하며 실속형 선물 수요 공략에 나섰다. 4년 전 대형 전복 1㎏의 산지 매입가 수준으로 완제품 선물세트가 등장한 셈이다.

지자체 역시 활전복에 치우친 소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판로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완도군은 오뚜기 등 식품기업과 손잡고 전복죽을 비롯한 가공식품 개발에 나서는 한편, 고속도로 휴게소 특화 메뉴 개발과 대기업 B2B 납품, 수도권 직거래 장터 개설 등 대량 소비 기반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 직전 선물과 제수용 수요가 몰려 도매시장 경락가가 일시적으로 올랐지만, 전반적인 누적 생산량이 풍부해 명절 대목이 지나면 다시 이전 수준의 약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 판촉을 넘어 가공 인프라 구축 등 중장기적인 수급 조절책이 안착해야 산지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