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CI·영풍 CI
고려아연 CI·영풍 CI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감사위원 선임을 둘러싼 표 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대부분이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를 지지한 데 이어 지분 5.44%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현 경영진 측에 유리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임시주총을 열어 독립이사 4명과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을 선임한다. 독립이사 4명은 고려아연 이사회와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각각 추천한 후보 2명씩이 모두 선임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양측이 서로 다른 후보를 내세운 '감사위원 1석'이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으로 꼽힌다.

감사위원 후보로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백인규 후보를, MBK·영풍 측이 박유경 후보를 각각 추천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포함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9곳 가운데 8곳은 백 후보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다.

이들 자문사는 백 후보의 회계·감사 경력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백 후보는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고 있으며 회계법인에서 장기간 근무했다.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경험 등을 고려할 때 내부통제를 점검하는 감사위원 역할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반면 주요 자문사 대부분은 MBK·영풍 측이 추천한 박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가 실제 표결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관투자가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를 참고하는 만큼 주총 표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이날 이번 임시주총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해 백 후보와 박 후보 모두에 찬성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지분 5.4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양측 후보를 모두 지지하면서 최종 결과는 다른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표심에 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표결에서는 이른바 '3% 룰'도 주요 변수다.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합산해 3%까지만 인정된다. 이에 따라 MBK·영풍 측과 최윤범 회장 측 모두 보유 지분 전부를 감사위원 선임 표결에 행사하기는 어렵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여 있는 점도 표 계산에 영향을 준다. 최 회장 측 역시 특수관계인 규정에 따라 영풍과 함께 3% 룰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의 선택이 양측 대주주의 지분율보다 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법원 판단 역시 주총을 앞두고 변수로 작용했다. MBK·영풍은 최윤범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달라는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해당 주주들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현 경영진 측 9명, MBK·영풍 측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주총에서 양측 추천 독립이사가 각각 2명씩 선임될 경우 이사회는 18명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이 추가되면 전체 이사진은 19명이 된다.

감사위원 자리 향방에 따라 이사회 내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백 후보가 선임되면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인사가, 박 후보가 선임되면 MBK·영풍 측 추천 인사가 각각 이사회에 합류하는 구조다. 감사위원 선임 결과가 향후 주요 안건을 둘러싼 양측 힘겨루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과 자원순환 사업 등 중장기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주총 결과는 이사회 구성뿐 아니라 주요 투자와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백 후보를 지지하는 만큼 고려아연 측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감사위원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상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경영 역량도 입증한 상황이어서 큰 이변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