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앤 페르난데스 마스터 블렌더. /사진=캄파리코리아
줄리앤 페르난데스 마스터 블렌더. /사진=캄파리코리아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도 한 모금 마시면 바로 그 맛을 알 수 있을 만큼 직관적입니다."

스코틀랜드 아일라 싱글몰트 위스키 부나하벤(Bunnahabhain)을 이끄는 줄리앤 페르난데스 마스터 블렌더는 7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 공략의 핵심 경쟁력으로 '직관적인 풍미'를 꼽았다.

부나하벤은 현지인조차 읽기 어려워하는 이름 탓에 '위스키 초보 판독기'로 불리지만, 한 번 맛보면 누구나 빠져든다는 뜻의 '말하긴 어렵지만, 사랑하긴 쉽다(Hard to say, Easy to lov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보통 아일라 섬 위스키는 소독약 냄새에 빗댈 만큼 매캐한 탄내가 강해 마시기 까다롭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부나하벤은 맑은 지하수를 써서 이 탄내를 뺐다. 대신 달콤한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 숙성으로 풍부한 과일 맛을 내고, 바닷가에서 숙성하며 배어든 짭조름한 소금기를 더해 누구나 알기 쉬운 '단짠'의 균형을 맞췄다.

이 같은 직관적인 맛은 음식과의 궁합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페르난데스 블렌더는 "찬물로 찌꺼기를 거르지 않는 비냉각 여과 방식을 고수해 질감이 부드럽고 기름지다"며 "초보자도 맛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삼겹살 등 코리안 바비큐나 해산물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설명했다.

법의학도가 찾은 46.3도의 과학…10월 한정판 베일 벗어

왼쪽부터 부나하벤 스튜라더, 12년, 18년, 안 쿠안 가르브 No.1(10월 출시 한정판). /사진=캄파리코리아
왼쪽부터 부나하벤 스튜라더, 12년, 18년, 안 쿠안 가르브 No.1(10월 출시 한정판). /사진=캄파리코리아
페르난데스는 29세에 마스터 블렌더 자리에 오른 스카치 위스키 업계 최연소 여성 블렌더다. 대학에서 법의학을 전공한 그는 미세한 증거와 화학 데이터를 파헤치던 과학적 분석력을 위스키 원액 배합과 오크통 선별에 접목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정판을 제외한 전 제품의 알코올 도수를 '46.3도'로 맞춘 것이 대표적이다. 페르난데스 블렌더는 "위스키를 억지로 차갑게 걸러내지 않아도 실온에서 하얗게 굳거나 흐려지지 않고, 원액 특유의 기름진 질감과 풍미를 지킬 수 있는 가장 맛있는 최적의 지점이 바로 46.3도"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다음달 출시를 앞둔 한정판 '웨스터링 홈 컬렉션'의 '앙 쿠안 가르브 No.1'도 처음 공개됐다. 거친 파도를 뚫고 증류소로 귀환한 선원들의 여정을 담아낸 알코올 도수 51.6도의 고도수 제품이다. 페르난데스 블렌더는 "최상급 올로로소 셰리 오크통 숙성을 거쳐 잔을 드는 순간 꿀과 잘 익은 살구·복숭아의 짙은 달콤함이 먼저 피어오른다"며 강렬한 풍미를 전했다.
이날 한남동 스페니시 레스토랑 '가토스'와의 페어링을 선보였다. /사진=캄파리코리아
이날 한남동 스페니시 레스토랑 '가토스'와의 페어링을 선보였다. /사진=캄파리코리아
이날 음식 페어링은 부나하벤의 핵심인 셰리 오크통과 스페인계 혈통인 페르난데스 블렌더의 배경에 맞춰 한남동 스페니시 레스토랑 '가토스'와 손잡고 진행됐다. 박대혁 총괄 셰프는 아일라 증류소 선착장의 배 묶는 붉은 기둥을 본뜬 초콜릿과 지리산 캐비어를 곁들여 앙 쿠안 가르브의 단맛과 알싸한 여운을 풀어냈다.

"한국 소비자 안목 높아…고도수 CS 열광"

페르난데스 블렌더는 한국 시장의 독보적인 고도수 선호도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위스키에 대한 안목이 뛰어나 원액 본연의 품질을 정확히 가려낸다"며 "물을 타지 않고 오크통 속 원액을 그대로 담아낸 캐스크 스트랭스(CS) 제품에 대한 열기는 세계 어느 시장보다 뜨겁다"고 짚었다. 실제 올해 4월 국내에 선보인 한정판 '부나하벤 21년 캐스크 스트랭스'는 판매 한 시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고도수 위스키를 즐기는 팁으로는 물 한 방울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위스키가 마시는 이에게 스스로 말을 건넨다(Whisky talks to you)"며 "처음엔 원액 그대로 마시며 강렬함을 맛보고, 물을 한 방울 떨어뜨려 잔 속의 향을 열어주면 숨어 있던 화사한 과일 향미가 폭발하듯 피어난다"고 전했다.

캄파리코리아는 이번 방한을 기점으로 가토스와 협업해 9월 한 달간 씨푸드 페어링 프로모션을 운영하는 등 국내 소비자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