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핑루운하가 열리면 표준 컨테이너 한 개당 물류비가 약 1200위안(약 24만원) 줄어듭니다. 종이제품으로 계산하면 t당 약 200위안입니다."

지난 2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 헝저우 류징산업단지에서 만난 천진 광시베이후이구이셴제지 회장은 운하 개통 효과를 이렇게 계산했다.

핑루운하에 베팅한 기업들

현재 이 회사는 완제품을 트럭에 싣고 친저우항까지 보낸 뒤 태국 램차방항과 베트남 호찌민항으로 수출한다. 표준 컨테이너 한 개를 보내는 데 1만위안 넘게 든다. 오는 15일 핑루운하가 개통하면 이 회사는 물류망을 류징 내륙부두에서 핑루운하를 거쳐 베이부만항으로 바꿀 계획이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천 회장은 "장거리 육상운송과 여러 차례의 환적을 없애면서 운송기간도 1~2일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 방콕과 베트남 하노이·호찌민에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운영거점을 설치하고, 태국 현지 창고와 베트남 클라우드창고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남아시아의 기후와 소비습관에 맞춰 종이 무게와 포장규격을 조정하고 방습포장도 강화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가 기업의 생산방식과 제품 설계, 해외 판매망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운하가 바꾸는 건 화물의 이동경로만이 아니다. 물길을 따라 공장과 산업단지의 입지도 다시 짜이고 있다. 핑루운하의 기점에 자리한 류징산업단지가 대표적이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이 단지에서 운하를 따라 친저우항까지는 약 190㎞다. 기존 광둥을 통해 바다로 나가는 항로보다 560㎞ 이상 짧다. 난닝시는 이 입지 자체를 기업 유치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류징산업단지에는 280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올 1~7월 공업생산액은 145억23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39.29% 늘었다. 같은 기간 새로 계약한 대형 산업 프로젝트 4개의 투자액만 157억위안에 달한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물류비 낮추고 산업 끌어들이고

직접 현장을 돌아보니 기업 유치 전략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 단지는 고급 제지와 관련 소재, 재생금속·정밀가공, 전자정보, 선박제조, 배터리 신소재, 그린화학 등을 집중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대량의 원료와 완제품을 움직여야 해 수운의 비용 절감 효과가 큰 산업들이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북부에는 타이양제지와 재생알루미늄·선박제조 기업이 들어섰고, 신소재산업단지 북부에는 비야디(BYD)의 탄산리튬 프로젝트와 천위푸지의 음극재 프로젝트가 자리잡았다. 남부 화학단지에는 프랑스 화학기업 SNF와 리튬 업체들이 들어왔다.

토마스 윌시우스 SNF 난닝 프로젝트 책임자 이날 현장에서 "거대한 중국 제지시장과 빠르게 성장하는 광시의 펄프·제지 산업집적, 중국 서남부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동시에 연결하는 입지를 고려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며 "핑루운하가 단일한 결정요인은 아니지만 프로젝트의 장기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전략적 요소"라고 말했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핑루운하가 개통되면 베이부만항을 통해 원료조달을 쉽게 하고, 난닝에서 생산한 제지용 화학제품을 중국 남부·서남부와 아세안 시장으로 공급하겠다는 설명이다. 운하의 물류 우위를 산업 우위와 경쟁 우위로 바꾸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운하를 중심으로 기업이 자리 잡고, 다시 공급망이 모이는 선순환도 나타나고 있다. 대형 제지 기업이 들어서면 제지용 화학기업이 뒤따르고, 배터리 소재 업체가 자리잡으면 관련 정밀화학과 재생금속 업체가 주변에 들어오는 식이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업들이 물류비와 운송시간 절감을 기대하며 수출 경로와 생산·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류징산업단지도 앞으로 핑루운하 기점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연장하고 부족한 고리를 채우는 연쇄·보완·강화 방식의 기업 유치를 확대할 방침이다.

왕파쿤 난닝항개발투자 총경리는 "먼저 물길을 뚫고 항만을 확장한 뒤 물류비가 낮아진 지역에 대량화물 산업을 집중시키고, 다시 이 기업들이 공급업체와 물류기업을 불러들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