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한국해양진흥공사, 美 LNG터미널·물류센터에 2100억 투자…공급망 거점 넓힌다
LA·뉴저지 잇는 동서 물류축 확보
루이지애나 해상 수출시설 참여
LNG 공급선 다변화 기반 마련
해운금융 넘어 인프라 투자 확대
루이지애나 해상 수출시설 참여
LNG 공급선 다변화 기반 마련
해운금융 넘어 인프라 투자 확대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올해 6월 말 기준 미국 루이지애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수출터미널과 로스앤젤레스(LA), 뉴저지 물류센터 등 해외 인프라 3개 사업에 총 1억3990만달러(약 210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해외 투자 실적을 넘어 국내 화주와 선사가 해외에서도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하고 화물을 보관·처리할 수 있는 전략 거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에너지와 물류를 동시에 아우르는 해외 인프라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류·에너지 수급 차질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 에너지·물류 아우른 해외 거점 구축
최근 글로벌 해운·물류 환경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중동 정세 악화로 수에즈 운하 통항이 위축됐고 파나마 운하는 가뭄으로 선박 통항을 제한했다. 여기에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에너지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주요국과 기업들은 안정적인 해외 거점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물류·에너지 인프라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공급망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해진공도 이 같은 대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해외 인프라 투자에 나섰다. 해운금융 지원에 머물지 않고 에너지와 물류 인프라까지 투자 범위를 넓혀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급망 거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첫 투자 대상은 미국 루이지애나 멕시코만 해상에 건설되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FLNG) 수출터미널이다. 해진공을 비롯한 국내 공공기관들이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며 해진공은 이 사업에 5000만달러를 지분투자 방식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부유식 LNG 설비는 해상에서 액화천연가스를 선박에 직접 선적하는 방식이다. 육상 터미널과 비교해 인허가 절차가 비교적 간소하고 건설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규모 육상 시설을 구축하지 않고도 LNG를 처리하고 수출할 수 있어 새로운 공급 거점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LNG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해진공은 미국이라는 공급원에 선제적으로 투자함으로써 향후 LNG 도입 계약과 물량 확보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 LA·뉴저지 동서 물류축 구축
해진공은 미국 서부와 동부를 잇는 양대 물류 거점에도 투자한다. 미국 내 주요 소비시장과 항만을 연결하는 물류 인프라를 확보해 국내 기업들의 현지 물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해진공은 LA 권역에서 국내 물류기업이 임차·운영 중인 물류센터를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 가운데 5310만달러를 대출펀드 투자를 통해 지원한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임차 중심의 물류 운영을 자가 자산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이다. LA는 미국 최대 물류 관문 중 하나다. 한국에서 출발한 화물 상당량이 LA항과 롱비치항을 거쳐 미국 시장에 진입한다. 물류센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않으면 임차료 변동이나 계약 갱신 여부에 따라 현지 물류비와 운영 여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해진공의 투자를 통해 우리 기업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물류 거점을 확보하면 임대료 상승과 계약 갱신 위험을 낮추고 보다 안정적인 물류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류 기반을 갖추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하게 된다.
해진공은 미 서부에 비해 한국 기업의 물류 거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미 동부 뉴저지 지역의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해당 대출펀드에 3687만달러를 투자한다. 뉴저지는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권과 인접한 핵심 물류 거점으로 동부 연안의 대규모 소비시장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입지를 갖췄다. 이번 투자로 확보하는 물류센터는 국내 소비재 기업들이 미국 동부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도 배후 물류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부 LA와 동부 뉴저지에 물류 기반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미국 동·서부를 아우르는 물류 네트워크 구축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 해운 넘어 에너지·물류까지 투자 확대
해진공은 앞으로도 해외 인프라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해운금융 지원을 넘어 항만·물류·에너지 인프라 전반으로 투자 영역을 넓혀 국내 화주와 선사가 안정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는 해외 거점을 단계적으로 확충한다는 방침이다.글로벌 공급망이 특정 지역의 정세 변화나 물류 차질에 따라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해외 전략 거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필요한 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물류 인프라를 미리 확보해 두지 않으면 공급망 충격이 발생했을 때 대응 비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투자는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 국내 산업의 공급망 안전판을 해외로 확장하는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공급 거점과 물류 거점을 동시에 확보해 국내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고 공급망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전통적인 해운업 지원을 넘어 항만·물류·에너지 인프라 전반으로 정책 지원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화주와 선사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해외 거점 자산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