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유방을 모두 절제한 A씨는 재건 수술을 앞두고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광고에서 보던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보형물 가운데 상당수를 정작 유방 재건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유방 재건용 허가를 신청하지 않은 탓이다. 결국 A씨는 체형에 꼭 맞지 않는 보형물을 선택해야 했다.
유방 절제와 동시에 재건 수술을 받는 환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환자의 몸을 정해진 보형물에 맞춰야 하는 현실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유방절제술과 동시에 영구보형물을 삽입한 환자는 2021년 3007명에서 지난해 5329명으로 7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술 횟수는 3320회에서 5836회로 75.8% 증가했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여성 유방암 신규 환자는 2만9715명이다. 유방암 환자의 재건 수요가 커지면서 즉시 유방 재건 수술을 받는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재건용 보형물 제품군은 미용 목적의 성형외과 시장과 비교해 훨씬 적다. 서울 강남구의 B 성형외과는 현재 코스타리카 이스태블리시먼트랩스의 ‘모티바’,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멘토’, 프랑스 그룹세빈의 ‘세빈’을 합쳐 26개 제품군을 환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반면 C 대학병원에선 재건용 보형물로 한 개 제품군만 제시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 전문의는 “국내 미용 보형물 시장 1위 브랜드도 재건 수술에는 사용할 수 없다”며 “유방 재건 수술에 이용할 보형물 라인업이 적어 보형물에 맞춰 수술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마다 조직과 흉곽 형태가 다른 만큼 다양한 프로젝션(돌출 높이)을 갖춰야 정교한 재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미용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대다수 수입 제품이 낮은 수익성 때문에 재건 시장을 기피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미용 목적의 유방확대술과 보형물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어서 병원과 제품에 따라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지만, 재건용 보형물은 건강보험 치료재료로 정부가 정한 상한금액 안에서 공급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해외 제조사마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