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는 되지만 중학교는 안 된다. 학교폭력 피해자는 가능하고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은 불가능하다. 세제 개편을 추진 중인 정부가 인정하는 ‘비거주 1주택’ 예외 사유 얘기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의 세 부담을 강화하는 대신 일부 예외를 인정하기로 하자 예외 인정 사유를 둘러싸고 형평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거주 여부를 검증하는 데 동원되는 행정력 역시 국민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입법 예고한 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등 일부개정안에는 1만 건 넘는 입법 의견이 달렸다.

그중 비거주 1주택 예외 인정 사유에 대한 불만과 개선 요구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을 통해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거주 시에는 기존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되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1주택자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거주 중심으로 개편한다. 일부 예외 사유는 비거주도 거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정부가 예시로 제시한 비거주 예외 사유는 고등학교 및 대학교 취학, 직장 변경과 전근 등 근무상 형편, 부모 봉양,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전학 등이다. 이 같은 사유 때문에 다른 시·군으로 주거를 이전하면 비거주 기간을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해준다. 이때도 1년 이상 거주 중인 주택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미취학 손자녀 돌봄을 위한 서울 내 이동 등은 사각지대로 남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초·중·고 12년 학제를 고려하면 3년 제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도 ‘기타’(이 밖에 부득이한 사유)를 예외 인정 사유에 넣어두긴 했다. 하지만 세무 전문가와 납세자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사유를 일일이 가려내느라 행정력이 낭비되고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세무사는 “위장 전입 등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수많은 예외 인정 사유를 확인하고 과세 불복, 민원을 처리하는 것 역시 결국 세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라고 꼬집었다.

국민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재검토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비거주 예외 인정 사유 확대 요구에 관해 “집행 과정에서 진짜 불가피하게 비거주해야 하는 사유가 된다면 국민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제도 보완을 시사했다. 23일로 예정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세제 개편안 세부 내용이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의견 수렴 결과 등을 반영해 9월 3일 국회에 최종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