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과정에서 출입 제한과 과도한 신원 확인을 요구받았다는 라이더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배달의민족이 실태 조사에 나섰다.

20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배민커넥트'를 통해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 배달 시 겪은 불편 사항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만족도 조사와 달리 라이더들이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구체적인 사례를 적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불편하거나 지나치다고 느낀 출입 절차는 물론 문제가 발생한 지역과 아파트명도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이더들의 참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부 공동주택의 배달기사 출입 방식을 둘러싸고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배달기사를 상대로 복잡한 출입 절차를 요구하는 단지를 두고 '천룡인 아파트'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일본 만화 '원피스' 속 특권층인 천룡인에 빗대 입주민과 외부 방문자를 과도하게 구분한다는 의미다.

라이더들이 배달 과정에서 경험한 황당 사례도 다양하다. 단지 출입 전 헬멧을 벗도록 하거나 이름과 연락처 등을 방문 명부에 적게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 자체를 제한하는 단지도 있다. 오토바이를 정문 밖에 세운 뒤 음식물을 들고 단지 내부를 걸어서 이동해야 하거나, 일반 엘리베이터 대신 화물용 엘리베이터와 별도 출입구를 이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라이더들은 이런 절차가 배달 시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관리 인력과 충돌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배달 라이더 노동조합도 플랫폼 사업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개인 라이더가 관리사무소나 경비 인력과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은 아파트별 출입 방식과 제한 사항을 주문 단계나 배달 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출입 문제로 배달이 늦어졌을 경우 라이더에게 책임이 전가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청년들은 이번 설문 결과와 라이더 노조의 의견을 검토해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배달 라이더들을 위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라이더들이 현장에서 부당한 상황에 놓인 경우 법률·심리 상담 지원부터 산재보험 안내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