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광복 81주년을 기념해 열린 국립교예단 종합교예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김 총비서와 딸 김주애의 모습. /사진=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광복 81주년을 기념해 열린 국립교예단 종합교예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김 총비서와 딸 김주애의 모습. /사진=뉴스1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풍채는 오랫동안 권위와 풍요를 상징하는 선전 도구였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 과정에서 살집 있는 얼굴과 몸집은 ‘인민을 먹여 살리는 지도자’, ‘넉넉한 어버이 수령’의 이미지와 맞물려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 북한 매체가 공개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는 이와 다른 방식으로 연출되고 있다. 어린아이의 통통한 모습보다 키가 크고 갸름해진 외형, 군사 행보와 공식 석상 중앙 배치가 부각되면서 북한이 과거와 다른 후계자상을 만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교예극장에서 열린 ‘조국해방 81돌 경축 국립교예단 종합 교예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부인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도 동행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주애가 귀빈석에서 김 위원장 바로 옆 중앙 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장면을 크게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줄타기와 공중곡예 등 공연을 본 뒤 출연자들의 성과에 만족을 표시하고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2023년 건군절(2월 8일) 75주년 기념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2023년 건군절(2월 8일) 75주년 기념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주애는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에는 흰 패딩과 빨간 구두 차림의 어린아이 이미지가 강했다. 이후 군사·정치·민생 관련 주요 행사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처음 공개됐을 당시 주애는 통통한 얼굴로 주목받았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얼굴이 뽀얗고 달덩이 같다”는 말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식량난과 생활고가 이어지는 북한 현실과 대비되면서, 잘 먹고 잘 자란 ‘백두혈통’의 특권적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되는 모습은 다르다. 주애는 얼굴 살이 눈에 띄게 빠지고 키가 훌쩍 큰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나이는 13~14세로 추정되지만, 김 위원장과 나란히 선 장면 등을 감안하면 키가 165㎝ 안팎까지 자란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첫 등장 때와 비교하면 20㎝가량 성장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북한 성인 여성 평균 키가 154㎝ 수준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주애의 체격은 더욱 도드라진다. 북한이 주애의 성장한 외형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그가 일반 주민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연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주애의 이미지 변화는 과거 김씨 일가의 후계 연출과 결이 다르다. 김정은은 집권 초부터 헤어스타일과 복장, 풍채 있는 외형을 통해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젊고 경험이 부족했던 후계자에게 김일성의 모습을 덧씌워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방식이었다.

반면 주애에게는 단순히 ‘잘 먹고 귀하게 자란 후계자’ 이미지만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북한 매체는 주애가 공식 행사에서 김 위원장 바로 옆에 앉거나, 군사 시설을 방문하고, 전차를 조종하거나 사격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성숙함과 강인함, 군사적 상징성을 함께 입히는 방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3월 19일 조선인민군 수도방어군단직속 평양 제60훈련기지를 방문하시고 보병, 땅크(탱크)병구분대들의 협동공격전술연습을 참관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뉴스1
지난 3월에는 주애가 수도방어군단 직속 평양 제60훈련기지를 방문해 ‘천마 20’으로 추정되는 신형 전차를 직접 조종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같은 시기 신형 저격총을 발사하는 모습도 북한 매체에 실렸다. 10대 딸에게 차기 지도자의 강한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연출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저격 소총을 조준 사격하는 사진 공개.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저격 소총을 조준 사격하는 사진 공개. 노동신문·뉴스1
의상도 달라졌다. 주애는 아직 10대이지만 겨울에는 가죽 재킷, 여름에는 정장 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하고 있다. 때로는 선글라스를 낀 모습도 공개됐다. 어린 후계자의 귀여움보다는 성인 지도자에 가까운 이미지를 빠르게 구축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북한 입장에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노동당 가입 최소 연령이 18세인 데다, 주애가 어린 여성이라는 점에서 갑작스럽게 후계자로 내세울 경우 내부 반발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주애를 명시적으로 후계자라고 부르지는 않으면서도 주요 행사마다 김 위원장 곁에 배치해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키우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애는 올해 들어 김 위원장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건군절 행사, 평양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 등에 참석했다. 준공식에서는 평양 시민을 직접 껴안는 장면도 공개됐다. 군사 지도자와 인민 친화적 지도자 이미지를 동시에 쌓는 셈이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광복절을 ‘조국해방의 날’로 부르며 각종 기념행사 소식을 잇따라 전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종전 다자논의’에는 이날 오전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