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동전쟁 이후 항공유 가격 급등에도 한국 국제선 항공 시장은 3~6월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4월 이후 성장 속도가 둔화했고, 국적사와 외항사, 노선별로 실적 차이가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여행·관광 산업 전문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는 '중동전쟁 이후 한국 국제선 시장 변화 분석' 보고서에서 약 4개월간 한국 국제선 항공편과 공급 좌석, 여객 및 노선 구조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 이후 항공유 가격은 지난 2월27일 갤런당 2.43달러에서 3월 20일 4.45달러까지 약 83% 급등했다. 이후 가격이 일부 하락했지만 무력충돌 이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국제선 시장 자체가 위축되지는 않았다. 국제선 항공편과 여객은 3~6월 모두 전년 동월 수준을 웃돌았다. 다만 4월을 기점으로 증가 속도는 눈에 띄게 낮아졌다.
사진=야놀자리서치
사진=야놀자리서치
국제선 항공편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4월 9.2%에서 5월 7.3%, 6월 3.9%로 둔화했다. 여객 증가율 역시 3월 14.3%, 4월 13.1%에서 5월 8.1%, 6월 4%로 낮아졌다.

야놀자리서치는 이번 변화가 당장의 시장 위축보다는 공급과 수요의 증가 속도가 동시에 낮아지는 양상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특히 성장률 둔화를 중동전쟁이나 연료비 상승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국제선 시장 정상화 과정에서의 기저효과와 환율, 경기 여건, 국가별 여행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사진=야놀자리서치
사진=야놀자리서치
항공사별로는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국적사는 전쟁 이전인 1~2월과 이후인 3~6월을 각각 전년 동기간과 비교했을 때 공급 좌석 증가율이 7.4%에서 7.1%로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항공편 증가율은 전후 모두 8.6%를 유지했고, 여객 증가율은 10%에서 10.9%로 오히려 높아졌다.

반면 외항사의 공급 확대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공급 좌석 증가율은 8.8%에서 5.4%로, 항공편 증가율은 9.7%에서 5.8%로 각각 낮아졌다. 여객 증가율도 12.7%에서 7.6%로 5.1%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국제선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추가 공급 확대 속도는 외항사를 중심으로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야놀자리서치는 외항사의 공급 확대 둔화가 지속될 경우 해당 항공사를 주요 입국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부 해외시장에서 방한 접근성 확대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중국, 미주·유럽 호조…동남아·대양주는 부진

사진=야놀자리서치
사진=야놀자리서치
노선별 흐름도 엇갈렸다. 일본과 중국 노선은 전쟁 이후 여객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7%, 21.9%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대만·홍콩·마카오·몽골 등 동북아 노선도 상반기 내내 비교적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노선은 3월 반등 이후 4월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5월과 6월에는 항공편 수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5.3%, 21.1% 감소하며 감소 폭이 확대됐다.

대양주 노선 역시 전쟁 이후 항공편이 13.5%, 여객이 12.9% 감소했다.

이와 달리 미주·유럽 노선은 성장세가 오히려 확대됐다. 미주 노선의 항공편과 여객은 전쟁 이후 각각 10.1%, 12.6% 늘었고, 유럽 노선 여객 증가율은 전쟁 이전 5.7%에서 이후 13.7%로 높아졌다.

야놀자리서치는 중동전쟁 이후 한국 국제선 시장이 일률적으로 위축되기보다는 수요 기반과 노선 여건에 따라 성장 경로가 차별화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동 노선 위축 속 인천공항 환승객은 증가

사진=야놀자리서치
사진=야놀자리서치
환승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전쟁 영향이 본격화된 3월 중동 노선 여객은 전년 동월 대비 75.6% 급감했지만, 유럽 노선 여객은 22.3% 늘었다. 상반기 전체로 봐도 중동 노선 환승여객은 41.9% 줄었지만, 유럽 노선 환승여객은 63.2% 늘었고다.

인천공항 전체 환승객도 3월 이후 전년 대비 약 30% 안팎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야놀자리서치는 중동 허브의 연결성이 약화하면서 일부 환승 수요가 인천공항을 비롯한 동북아 허브로 이동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현재 자료만으로 인천공항이 중동 허브의 환승객을 직접 흡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출발지와 최종 목적지 등을 포함한 여정 단위의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환승객 증가를 인천공항의 허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소환승 시간과 환승 동선을 개선하는 한편, 장시간 환승객을 대상으로 스톱오버 숙박·교통, K-컬처 체험, 지역 미식 상품 등을 연계하면 늘어난 환승 수요를 국내 체류와 관광 소비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대철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은 "중동전쟁 이후 현재까지의 변화를 보면 한국 국제선 시장이 전면적으로 위축됐다기보다 전체 성장 속도가 둔화하는 가운데 항공사와 노선별로 차별화된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외항사의 공급과 동남아·대양주 노선의 흐름이 향후 인바운드 관광 접근성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중동 노선의 위축과 동시에 인천공항 환승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허브 경쟁력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증가한 환승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국내 관광 소비까지 연결할 수 있다면 이번 국제 항공망의 변화가 인천공항과 한국 관광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