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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00m 전력망부터 AI·해상풍력…에너지공기업이 뛴다
한전, 굴착 신기술로 미래 송전망 건설
건설사와 글로벌 인프라 시장 진출 계획
가스공사, LNG 기지에 AI 플랜트 구축
서부발전, 태안에 대규모 해상풍력 조성
한전KPS, 신재생에너지로 인력 재편
중부발전, 해외 네트워크 중기와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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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00m 아래에 건설되는 전력망
막대한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가적 과제인 전력망 확충에 한국전력은 최신 기계식 굴착 방식인 터널 굴착기(TBM) 기술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도심 과밀화와 험준한 지형으로 인해 지상 철탑 건설이 한계에 부딪히자, 지하 깊숙한 곳에 안전하게 전력 통로를 뚫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무대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한전은 대형 민간 건설사와 기술 제휴를 맺어 독자적인 굴착 노하우를 일반 교통 터널 등 국가 기반 시설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향후 공정 효율화를 통해 막대한 시공 예산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이를 무기로 글로벌 지하 인프라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사람 대신 AI가 진단…KOGAS ‘스마트 플랜트’
전력 인프라가 지하에서 진화하고 있다면, 가스 산업 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체질 개선이 한창이다. 한국가스공사는 당진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에 국내 가스업계 최초로 빅데이터와 AI를 융합한 지능형 플랜트를 구축했다.과거엔 작업자들이 직접 광활한 기지 곳곳을 돌며 고압 설비를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이제는 중앙 센터에서 원격으로 밸브를 제어하고 설비 상태를 촘촘히 들여다본다. 기동과 정지 등 반복적인 공정도 자동으로 이뤄져 작업자의 피로도를 낮추고 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국가 중요 시설에 걸맞은 철통 보안이다. 외부망과 완전히 분리된 폐쇄형 시스템을 설계해 해킹이나 외부 침입으로 인한 통제 불능 사태를 원천 차단했다. 새로 구축한 ‘통합 센터’는 쏟아지는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설비가 고장 나기 전에 미리 정비 시점을 알려준다.
◇석탄 대신 해상풍력…서부발전·한전KPS 변신 중
기존 화력발전 중심의 낡은 옷을 벗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로 갈아입는 체질 개선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충남 태안 앞바다에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사들과 손 잡았다. 문을 닫게 되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의 항만 시설과 송전망을 새 풍력 단지에 그대로 재활용해 천문학적인 구축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발전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인력들을 해상풍력 유지보수 전문가로 재교육해 지역 일자리를 지켜내는 상생 전환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발전설비 정비 전문 공기업인 한전KPS도 에너지 전환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주력이던 화력발전 정비 인력을 신재생에너지 전담 요원으로 발 빠르게 재편 중이다. 덴마크의 글로벌 풍력터빈 기업 및 특수선박 운용사와 연달아 손잡고 체계적인 해상풍력 정비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공기업들이 닦아놓은 이러한 기술적 준비는 국내 중소협력사들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든든한 교두보로 작용한다. 11년 연속 공공기관 동반성장 최우수 평가를 받은 한국중부발전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중부발전은 자신들이 보유한 해외 발전소 인프라와 끈끈한 현지 네트워크를 중소기업들에게 아낌없이 내주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 파견한 시장개척단은 우수한 국내 기술력을 현지에 알리며 1000만달러가 넘는 수출 상담 성과를 올렸다.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해 현장에 안착시킨 ‘AI 기반 누수 탐지 시스템’도 해외 바이어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공기업이 단순히 협력사의 부품을 사주는 1차원적 지원을 넘어, 기술 실증부터 판로 개척, 현지 안착까지 전 과정을 돕는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다”며 “에너지 공기업들의 다각적 혁신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K에너지가 더욱 각광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