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배우 하영/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배우 하영이 증조부가 친일 단체 평의원이었다는 것에 '사실무근' 해명으로 반발을 키운 가운데 광고계 '손절'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하영을 모델로 내세웠던 의류 브랜드 아티드 측은 하영이 지난해 촬영했던 광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비공개 사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불거진 증조부의 친일 행적 의혹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전자 공식 채널에 공개됐던 하영 출연 '삼성 아트 TV' 영상도 모두 비공개 처리됐다.

하영은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런 엿같은 사랑'의 홍보를 위해 배우 정해인과 함께 출연해 증조할아버지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언니까지 4대째 내려온 의사 집안이라고 소개했다.

하영은 "제 기억으로는 증조할아버지가 당시 한양에서 서양 의학 전문 의원을 가장 먼저 여신 분 중 한 분이라고 들었다"며 "증조부께서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신 후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고 전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하영은 증조부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가 언급한 이력으로 유추했을 때 1907년 일본 유학 후 서울 종로에 개인 의원을 개업했다는 기록이 남은 안상호가 지목됐다.

안상호는 1898년 11월 도쿄자혜의원의학교에 입학해 1902년 7월 졸업에 앞서 의술개업 시험에 합격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에 개업할 권리를 얻은 것이다. 그렇지만 학교 부속 병원에서 일하던 안상호는 1903년 의친왕의 왕진 요청을 받은 이후 의친왕을 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 개업 이후, 궁을 왕래하며 '전의'로도 활동했다. 1919년 1월 고종 황제가 뇌출혈로 쓰러지자 당직 의사였던 그가 일본인 의사 모리야스 랜치키와 함께 진료를 했는데, 고종 황제의 죽음과 관련한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졌다. 안상호는 191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인터뷰를 통해 "나는 일본인과 같아 옷도 일본 의복을 입고 아내도 일본 여자다" 등의 발언을 했다.

더불어 안상호가 대표적 친일 단체인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친일파 이완용이 독립운동가 이재명 의사의 습격을 받아 치명상을 입었을 때에도 "완쾌할 때까지 날마다 찾아와 진료했다"는 기록도 다시 주목받았다.

하영 측은 논란 초기 "증조부가 안상호는 맞지만 친일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후 "역사를 부인하는 거냐"는 지적으로 더 큰 비판을 받았다.

결국 소속사는 하루 만에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하여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13일 시행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0년 활동을 끝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를 다시 구성, 친일재산 자체뿐 아니라 처분 대가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안상호 역시 환수 대상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