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과 대만이 수출액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동반 추월했다. 이는 동아시아 제조업 경쟁의 중심이 자동차와 전자제품에서 첨단 반도체로 이동한 데 따른 결과로, 한국·대만과 일본 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쓰비시UFJ에 의뢰해 한국·일본·대만 무역통계와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유엔 무역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한국 수출액은 4963억달러(약 705조원)로 집계됐다. 일본(3844억달러)보다 약 30%(1119억달러) 많았다.

대만 수출액도 4166억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다. 일본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0%가량 늘었지만 한국과 대만은 각각 50%에 가까운 증가율을 나타내며 격차를 벌렸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1490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30%를 차지했다. 대만도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이 1332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전체 수출의 약 30%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반면 일본의 반도체 수출액은 212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5%에 그쳤다. 일본은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레이저테크 등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상반기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액은 150억달러로 한국의 52억달러, 대만의 35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일본은 전후 섬유와 철강, 자동차, 전자제품 등 세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제품을 차례로 공급하며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 전환 이후 스마트폰과 첨단 반도체, 플랫폼 등 새로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대만은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공급망에 올라탔다. 빅테크의 투자 경쟁이 한국과 대만 수출액 증가로 연결되는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최종 제품과 성장산업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과의 수출 격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