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 / 사진=최혁 기자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 / 사진=최혁 기자
"요즘은 오후 2시가 지나면 작업을 아예 중지하고 있습니다. 폭염에 근로자 사망사고라도 나면 현장 뿐 아니라 본사도 큰 타격을 입습니다."

한 중견 건설사 현장 소장은 10일 통화에서 "현장 내 6곳에 간이 휴게소를 설치하고 에어컨, 얼음물, 침상을 구비하며 폭염에 대응하고 있지만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몰라 불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맡은 충북 청주의 아파트 현장(500여 가구 규모)은 근로자 250~300여명이 매일 오가며 외부 작업을 하고 있다. 주로 옥상·옥탑 외부 공사와 저층부 적재 작업 등 내리쬐는 해를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업무들이다.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 체감온도가 38도까지 치솟으면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옥외작업을 강제로 멈춘다. 폭염으로 오후 옥외 작업이 불가능한 날이 여름 한 철 15~20일. 공기는 밀리고 원가는 오르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 중대재해 사고로 사망자가 생기면 사건 조사로 공사가 15일에서 3개월까지 멈추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본사 안전보건 담당자는 "폭염이 극심한 경남 양산 현장의 경우 한 달 중 3주 이상 오후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자 주요 건설사들이 가진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야외 근로자 수가 많은 건설 현장 특성상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비 근로감독을 가장 엄격하게 받고 있어서다. 사물인터넷(IoT) 체감온도계 같은 첨단 기술부터 이동형 쉼터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정부 지침보다 한 칸씩 더 조인 자체 기준을 세우는 곳도 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서 간이 수영장을 조성하고 근로자들이 휴식 시간에 족욕을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준선은 대체로 체감온도 기준 33·35·38도로 나뉜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체감온도 31도부터 '관심', 33도 '주의', 35도 '경고', 38도 '위험'으로 나눠 관리를 차등화한다. 대우건설도 33도가 넘으면 시간당 10분 휴식을 의무화하고 38도를 넘기면 옥외작업을 아예 멈춘다. GS건설과 HS화성은 폭염중대경보 때 긴급작업을 뺀 옥외작업을 전면 중지하는 등 노동부 지침보다 한 칸 더 조였다.

체감온도 측정도 정교해졌다. 롯데건설은 전국 80개 현장에 '체감온도 IoT 모니터링 플랫폼'을 가동 중이다. 5분 간격으로 잰 체감온도가 위험 단계로 뛰면 본사 안전상황센터와 현장 안전보건관리자에게 동시에 경고가 뜬다. 오산 '롯데캐슬 위너스포레' 현장 근로자들은 곳곳에 붙은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실시간 체감온도와 대응 요령을 확인한다. DL이앤씨는 IoT 체감온도계와 등으로 작업자를 곧바로 찾아내 작업 중지를 지시한다. 현대건설은 일본에서 공수한 체온 측정기 '카나리아 밴드'를 전 근로자에게 착용하도록 했다. 체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경고 알람을 울리는 장치다.

이동식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DL이앤씨의 이동형 휴게시설 '보건 버스' 15대는 울릉공항, 세종포천고속도로 제4공구 같은 야외 현장을 돈다. 얼음물과 포도당을 싣고 보건관리자가 직접 탑승한다. 포스코이앤씨는 도로 현장에 차량형 쉼터를, 아파트 현장엔 그늘막을 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 발주 공사 특성상 폭염 대응으로 늘어난 원가를 발주처에서 받아내기 어렵다"며 "중대 사고로 공사가 몇 달 멈추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 비용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