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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 늘었지만"…서울 부동산에 쏠린 자산 [김효선의 부동산이지!]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2024년 증가율은 5.0%였습니다. 지난해 증가율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국부는 늘었지만 속도는 확 꺾였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 금융 쪽입니다. 금융자산은 11.4% 늘었습니다. 그런데 금융부채는 13.6% 증가했습니다. 자산보다 빚이 더 빨리 불어난 것입니다. 그 결과 순금융자산은 326조원 줄었습니다. 감소율은 20.4%였습니다. 나라 전체의 재무제표로 보면 자산은 늘었지만 빚의 무게도 함께 커진 한 해인 셈입니다.
그 와중에 유독 크게 증가한 자산이 있었습니다. 바로 주택입니다. 전국 주택 시가총액은 7710조원이었습니다. 1년 새 571조원 늘었습니다. 증가율은 8.0%입니다. 전년 증가율 3.9%의 두 배가 넘습니다.
문제는 이 증가가 고르게 나타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증가분의 대부분은 수도권에서 나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서울의 비중이 컸습니다. 서울 주택 시가총액 증가율은 15.9%였습니다. 전국 평균의 두 배 수준입니다. 서울 한 지역의 토지 시가총액은 4507조원으로 전국의 35.6%를 차지했습니다.
국민대차대조표에는 ‘국민’이라는 말이 들어갑니다. 국부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그 부가 국민 전체에 고르게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해 늘어난 부의 상당 부분은 특정 지역, 그중에서도 서울 부동산에 몰렸습니다.
이 흐름은 가계 재무제표에서도 그대로 보입니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1경4200조원이었습니다. 1년 전보다 1167조원 늘었습니다. 증가율은 9.0%였습니다. 전년 증가폭의 세 배에 달합니다.
가계 순자산을 밀어 올린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분증권과 투자펀드입니다. 코스피 급등 효과가 컸습니다. 다른 하나는 주택이었습니다. 집값 상승이 가계 순자산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불안한 대목이 있습니다. 가계 순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50.4%입니다. 우리 가계 자산의 절반이 주식도 예금도 아닌 주택 하나에 묶여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지역적으로는 서울과 수도권에 강하게 쏠린 자산입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미완성 장편 『성』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측량사 K는 마을에 도착해 언덕 위 성에 소속되려고 합니다. 부임 허가를 받기 위해 문서와 전화, 대리인들 사이를 계속 오갑니다. 하지만 성의 관료 체계는 끝내 실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K는 자신이 그 구조 안에 있으면서도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끝내 알지 못합니다.
지금의 가계 자산 구조도 비슷합니다.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은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체감합니다. 내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대출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 압니다. 하지만 그 변화가 국민경제 전체의 부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어느 지역으로 쏠리고 있는지, 어느 계층에 더 많이 쌓이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는 없습니다.
서울에 집 한 채를 보유한 사람에게 서울 주택 시가총액 15.9% 증가는 안도감을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성취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대차대조표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부가 고르게 나뉜 게 아니라 특정 지역과 특정 자산군에 더 강하게 몰린 결과에 가깝습니다.
이 통계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합니다. 국부는 늘었는데 왜 이렇게 한쪽으로 쏠리는 걸까요. 답을 단순히 “집이 부족해서”라고만 말하긴 어렵습니다. 물론 공급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금 흐름의 문제가 있습니다. 금융의 병목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수요가 몰리는 서울의 주택 공급이 늦어지면 기존 주택의 희소성은 더 커집니다. 희소성이 커지면 가격은 오릅니다. 그 가격 상승은 다시 시가총액 증가로 잡힙니다. 이번 국민대차대조표에서 확인된 서울 편중은 단순히 집이 부족하다는 신호만은 아닙니다. 이미 세워진 공급 계획조차 자금 문제 때문에 제때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택 공급 정상화는 단순한 건설업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의 공급을 정상화하는 일은 지역 간 부의 편중을 줄이는 데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전세대출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다시 봐야 합니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전월세 패널을 6년간 살펴보면 전세 비중은 2021년 62.9%에서 올해 50.2%로 줄었습니다.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었다는 건 단순한 임대차 시장 변화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가구가 증가했다는 신호입니다. 자산 형성의 첫 계단이 낮아지는 게 아니라 아예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민대차대조표는 정책 그 자체가 아닙니다. 성적표에 가깝습니다. 이 표는 우리가 지난 한 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이 어디에 쌓였는지를 보여줍니다.
2025년 성적표가 말하는 내용은 꽤 분명합니다. 나라 전체의 부는 늘었지만 증가 속도는 둔화했습니다. 반면 서울의 부는 더 빠르게 늘었습니다. 그 격차를 메울 자금의 통로는 여전히 좁습니다.
부동산 정책은 ‘국부 2경4000조원 돌파’라는 헤드라인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수치의 이면을 봐야 합니다. 이 부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어디에서 막혔는지, 누가 그 흐름에서 밀려났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내년 이맘때 받아들 성적표가 조금 다른 모양이 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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