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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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발전과 생활환경 개선 등으로 세계인의 기대수명은 30여년간 9.2년 증가했지만, 건강수명은 7.2년 증가하는 데 그쳐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사는 기간이 2년 가까이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 크리스토퍼 머리 박사팀은 의학 저널 랜싯 공중 보건(Lancet Public Health)에서 1990~2023년 세계 204개 국가·지역의 기대·건강 수명 분석 결과,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사는 기간인 질병 이환 기간 격차(morbidity gap)가 거의 모든 국가에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23년 세계질병부담(GBD) 추정치를 바탕으로 1990년부터 2023년까지 건강한 노화의 추세를 조사하고, 국가와 지역, 성별, 사회인구학적 발전 수준에 따른 기대수명, 건강수명, 질병 이환 기간 격차의 변화를 평가했다.

질병 이환 기간 격차는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 값이다. 이를 통해 사람이 태어나 평생 사는 기간 중 질병이나 장애 때문에 완전히 건강한 상태가 아닌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 있다.

분석 결과 전 세계 질병 이환 기간 격차는 1990년 평균 8.8년에서 2023년 10.7년으로 1.9년(21.9%) 늘었고, 204개 국가·지역 중 203곳에서 이 기간이 증가했다.

또 2023년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평생의 14.5%를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건강하지 못한 기간이 생애 마지막 몇 년에만 집중된 게 아니라 성인기 전반에 걸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성인기 전반에서 만성질환과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기간 자체가 늘어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1990년부터 2023년 사이 전 세계 출생 시 기대수명은 64.6세에서 73.8세로 9.2년 증가했지만, 건강수명은 55.9세에서 63.1세로 7.2년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가별로는 고소득 국가에서는 기대수명이 긴 만큼 건강하지 못한 기간도 길었다. 2023년 기준 질병 이환 기간 격차는 미국이 14.0년으로 가장 길었고, 호주(13.9년), 캐나다(13.7년) 순이었다.

한국은 2023년 질병 이환 기간 격차가 11.6년으로 조사됐다. 이는 1990년 9.4년보다 2.2년(23.6%) 증가한 수치다.

성별로 보면,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살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살아가는 기간도 더 길었다. 2023년 여성의 질병 이환 기간 격차는 평균 12.1년으로 남성(9.3년)보다 2.8년 길었다.

질병 이환 기간을 늘리는 주요 원인은 대부분 만성질환으로 분석됐다.

근골격계 질환, 특히 요통이 가장 큰 원인이었으며, 우울증·불안장애 등 정신질환, 노인성 난청 등 감각기관 질환, 낙상 등 비의도적 손상, 기타 만성 비감염성 질환을 합치면 전 세계 건강 손실 기간의 57.4%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고령화 시대의 보건정책 목표가 '수명 연장'에서 '건강수명 연장'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건강한 생활 습관과 만성질환 예방, 재활 및 장기 돌봄 체계 강화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