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4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69~80% 수준’으로 합의했다. 탄소 감축 목표 설정에 따른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배출권거래제 등 실제 규제에 적용되는 목표치 하한선을 선형 경로(전체 기간 동안 비슷한 속도로 감축)로 규정했다. 여야는 중장기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감축 수단의 확보 수준 및 이행 여건’을 명시해 향후 NDC를 수정할 수 있는 여지도 열어뒀다.
◇NDC 수정 가능성 열어둬
여야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탄소중립기본법심사소위원회에서 2045년까지의 NDC를 명시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탄소감축기본법)을 합의 처리했다. 기후특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최종 확정된다.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2040년, 2045년 NDC안에 합의했다. 정부는 2040년까지 NDC를 ‘69~80%’, 2045년까지는 ‘84~90%’로 제시했다. 2035년까지의 감축 목표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53~61%’를 그대로 유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2040년까지 선형 경로보다 더 많이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입장은 NDC 상한선(80%)을 선형 경로보다 높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반영됐다.
여야는 산업계 부담 등을 고려해 배출권거래제 등 실제 규제에 적용되는 2040년 NDC 하한선(69%)을 선형 경로로 규정하자고 합의했다. 기업이 실제로 준수해야 하는 규제 수준은 보수적으로 설계해 산업계 충격을 최소화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2040년 목표만 보더라도 상·하한 폭이 11%포인트에 달하는 만큼 감축 경로에 상당한 탄력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밖에 여야는 중장기감축목표 고려 사항에 ‘감축 수단의 확보 수준 및 이행 여건’을 명시하기도 했다. 향후 감축 여건이 마땅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NDC 수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또 감축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 근거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중장기감축목표 이행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기술의 연구개발·설비투자 및 상용화 등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된다.
◇3대 메가 프로젝트 고려
앞서 여야는 2035년 이후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감축 경로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 2035년까지 NDC는 전체 기간 비슷한 속도로 줄이는 선형 경로다. 민주당은 초기에 빠르게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뒤로 갈수록 감축 폭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해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감축 목표 하한선을 선형 경로 수준으로 맞출 것에 동의한 것은 정부가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소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반도체 팹을 추가로 건설할 경우 추가적인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며 선형 경로를 웃도는 수준의 NDC를 설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도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하면서 애초 제시한 더 높은 수준의 감축 목표치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한 이후 전력 수요 급증을 감안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정·보완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기후특위 야당 간사인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주장해온 감축 경로는 산업계가 감당하기 힘든 과도한 목표였는데 이번 개정안에 현실화된 목표를 반영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