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스퀘어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유정준 SK(주) 미주총괄 부회장. 2026.7.11 / 사진=SK하이닉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스퀘어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유정준 SK(주) 미주총괄 부회장. 2026.7.11 / 사진=SK하이닉스
KB증권 400만원 vs BNK투자증권 185만원

SK하이닉스를 두고 증권가 목표주가가 두 배 이상 벌어졌다. 표면적으로는 목표주가 차이지만 본질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차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장기화되며 장기공급계약(LTA) 체결을 비롯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과, 빅테크의 투자 속도 조절이 시작되면 현재의 실적 기대도 재조정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AI 투자 둔화는 기우"…HBM 공급난 장기화 전망

1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SK하이닉스에 대해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향후 빅테크 업체들의 투자 계획과 폭발적인 수요를 감안할 때 장기간 지속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20만원도 유지했다.

이 증권사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내년에는 HBM 중심의 설비 투자가 집중되면서 범용 메모리의 신규 생산능력 확대는 사실상 제한될 것"이라며 "내년부터 본격화될 빅테크와 메모리 업체 간 LTA는 생산능력을 우선적으로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일반 고객이 체감하는 내년 메모리 공급 부족은 사실상 공급 제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메타의 투자 축소 우려는 일시적인 노이즈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김 본부장은 "올해 메타의 AI 투자는 약 220조원으로, 미국 빅테크 전체 AI 투자 가운데 20%를 차지할 전망"이라며 "메타는 올해 7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이어 내년에도 7GW를 확대해 총 14GW 규모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전 세계 33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건설 중인 메타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치랜드 패리시에 건설 중인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역시 최소 5GW 규모로 확대하고 있다"며 "투자 규모도 당초 100억 달러(15조원)에서 향후 500억 달러(75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인 만큼 최근 제기된 메타의 투자 축소 우려는 단기적 소음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도 두 배 이상 빨라질 것이라며 이 역시 SK하이닉스에 호재가 될 것이란 시각을 드러냈다. 김 본부장은 "최근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의 최대 병목 요인이었던 전력망 연결 절차 간소화를 패스트 트랙으로 승인했다"며 "기존에는 전력망 연결에 5년 이상 필요했지만 향후에는 1~2년 수준까지 단축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SK하이닉스 주가는 AI 투자 둔화 우려로 3주 만에 직전 고점대비 36% 하락했다"며 "그러나 AI 산업의 장기 성장 경로와 메모리 수급 환경은 한 달 전과 비교해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최근의 주가 하락은 심리적 우려에 따른 것으로 판단돼 과도한 우려는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이 확대되고 미국 ADR과 한국 본주의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재평가될 수 있다고 봤다. KB증권은 1997년 미국에 ADR을 상장한 TSMC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글로벌 투자자 저변이 넓어지면 ADR이 본주 대비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본주와 ADR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차익거래 수요가 이어지면서 본주와 ADR이 함께 재평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B증권은 메모리 업황도 낙관적으로 봤다. 2027년 D램과 낸드 웨이퍼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각각 7%, 4% 증가에 그치는 반면 수요 증가율은 각각 17%, 1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 증가는 제한적인데 수요는 빠르게 늘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6년보다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SK하이닉스에)아직 정상은 멀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BNK투자증권 "ADR 상장돼도 본주 재평가는 제한적"

BNK투자증권은 정반대의 시각을 드러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의견 '보유'와 목표주가 185만원을 유지했다. 보고서 작성 당시 SK하이닉스 주가가 207만6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BNK투자증권은 AI 서버향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가 아직 공급 부족 시황에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주문을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경쟁적인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최근 메타가 프론티어 모델을 포기하고 잉여 인프라를 외부 판매로 돌렸는데 자금조달 어려움과 성과 불확실성을 겪고 있는 다른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 중앙처리장치(CPU) 가격 상승 기대와 에이전트AI 신모델들 스펙 상향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최소 30∼40% 이상 설비투자 증가가 필요해 보이나 향후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현재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과는 괴리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 주가 급락은 수요 둔화를 반영하는 것이며 연말 이후 실적 모멘텀도 꺾일 전망"이라며 "내년 이후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싸지 않다"고 판단했다.

ADR 상장에 대한 평가도 갈렸다. 이 연구원은 "해외 현지 거래 편의성은 제공하지만 원주 밸류에이션이 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목표주가 420만원과 185만원의 간극은 AI 사이클을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KB증권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으로 직결될 전망이라며 현재 SK하이닉스 주가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고, 반도체 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 BNK투자증권은 최근 주가 급락은 수요 둔화를 반영하는 것이며 연말 이후 실적 모멘텀도 꺾일 전망이라며 내년 이후 밸류에이션은 싸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다수 증권사는 여전히 SK하이닉스 강세론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목표주가를 390만원으로 올렸고, NH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 교보증권도 400만원 안팎의 목표가를 제시한 상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