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액 1년 만에 3300억 돌파
공시가 12억 이상도 가입 가능
함영주 "시니어 사각지대 해소"
보유 주택을 담보로 노후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오랫동안 국내에선 “집이 유일한 자산인 사람은 오히려 주택연금에 가입하기 힘들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공적 주택연금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탓에 공시가격 12억원이 넘는 집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이런 공적연금의 빈틈을 메우며 주택연금 시장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은퇴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출시 후 1년 만에 가입액 3300억원을 넘겼다. 평소 “시니어 하우스 푸어의 고충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간 주택연금 시장 활성화한 하나금융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의 누적 가입액은 지난달 말 기준 3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누적 가입자 수는 작년 지난 7월 50명에서 이달 272명으로 늘었다.
이 상품은 공시가격이 12억원 이상인 주택을 보유하거나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는 공적 주택연금은 12억원 미만의 1주택자로만 가입 자격을 제한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수도권 지역 은퇴자는 공적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게 불가능하다.
공적 주택연금 가입자는 지난해 기준 15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민간 시장은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다. 2022~2024년 시중은행의 민간 주택연금(역모기지) 취급 건수는 △2022년 4건 △2023년 4건 △2024년 4건으로 총 12건에 불과했다. 시중은행의 민간 주택연금은 대출 기한이 최장 30년으로 정해진 비종신형이어서다. 받은 연금액이 담보 주택 가치를 넘어서면 차액 상환의무가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받은 연금을 다시 토해낼 수도 있다는 문제 때문에 다수 가입자들이 발길을 돌렸다.
하나금융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며 가입자를 모았다.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은 연금 수령액이 주택 가치를 넘더라도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 연금을 지급한다. 가입자 사망 후 정산 시점에서 집값보다 지급받은 연금 잔액이 많더라도, 책임 범위는 담보 주택으로 한정해 연금을 토해내는 단점을 없앴다. 반대로 매각액이 연금 지급액보다 많으면 남은 잔여재산은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노후 소득 늘어도 여유자금은 감소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에는 함 회장의 경영 철학이 녹아있다. 함 회장은 지난해 내집연금 상품을 출시하면서 “은퇴 세대가 평생 살아온 정든 집에서 안정적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민간 금융사 차원의 선제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 주택연금이 필요한 ‘시니어 하우스푸어’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자가 보유인 620만 가구 중 134만 가구(21.6%)가 시니어 하우스푸어였다. 전체 자산의 70% 이상이 주택에 묶여 있고 소득도 하위 50%(월 305만원 이하)에 속하는 가구다. 이들 가구의 월소득은 평균 222만원이지만 생활여력(소득에서 세금·보험료·소비지출을 뺀 금액)은 월 65만원에 그친다.
함 회장은 “노후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통해 삶의 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하나금융은 아무도 손대지 못한 민간 주택연금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