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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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서버·메모리 등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쏠리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시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대형 계약이 연이어 무산된 IBM의 경우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전망을 내놓자 주가는 하루 만에 25% 폭락했다.

14일(현지시간) IBM은 올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한 172억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93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1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전망치는 매출 178억6000만달러, EPS 3.02달러. IBM의 예상대로라면 매출 증가율은 약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된다.

실망감은 곧바로 주가에 반영됐다. IBM 주가는 이날 25% 급락했다. 로이터통신은 시가총액 약 2728억달러 가운데 700억달러가 하루 만에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하루 하락률은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보다도 컸다.

IBM은 부진의 배경으로 기업들의 급격한 투자 우선순위 변화를 지목했다. 고객사들이 한정된 설비투자 예산을 기존 소프트웨어 대신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서버, 메모리, 저장장치 확보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6월 마지막 몇 주 동안 고객들이 서버, 스토리지, 메모리 구매로 분기 설비투자를 옮기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AI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렸다는 것이다.

이어 "공급망 문제에 따른 일부 영향은 예상했지만 설비투자 우선순위가 이처럼 급격히 바뀔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여러 건의 대형 계약이 예상대로 마무리되지 못했다"고 했다.

은행·항공사 등에 고성능 메인프레임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사업이 특히 부진했다. AI를 활용한 해킹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객사들이 일반 소프트웨어보다 사이버보안 분야에 먼저 예산을 배정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통신은 앤트로픽의 AI 모델 '미토스'가 기존 소프트웨어와 암호화 체계의 취약점을 빠르게 찾아내면서 기업들의 보안 투자 확대를 자극했다고 전했다.

IBM발 충격은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나우, 세일즈포스, 인튜이트 등의 주가도 2~5% 하락했다. AI 투자가 정보기술 시장 전체를 키우는 동시에 기존 소프트웨어 예산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크리스 보샹 IG그룹 수석 시장전략가는 "IBM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계 전체에 좋지 않은 순간"이라며 "AI 인프라와 사이버보안으로의 투자 이동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IBM은 오는 2029년까지 1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세계 최초의 대규모 양자컴퓨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오픈AI와의 협력 등 AI 사업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여서 기존 핵심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