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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첫 혈액제제 공장 짓는다…'K바이오 플랜트' 새 역사
SK플라즈마
수입 의존 벗어나 자급 기반 구축
자국민 혈장으로 혈액제제 제조
창사 이래 최대 기술 수출 계약
로열티 외 합작사 지분 15% 확보
공정·품질관리·교육 통합 지원
2030년 현지 상업 생산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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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 혈장으로 혈액제제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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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키예 첫 혈장분획제제 공장 착공
SK플라즈마와 튀르키예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 합작사 프로투르크는 지난달 11일 앙카라 추부크에 튀르키예 첫 혈장분획제제 생산시설을 짓기 위한 착공식을 열었다. 2028년 하반기 연간 60만ℓ 규모 혈장 처리 역량을 갖춘 시설을 완공하고 2030년 상업 생산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연면적 3만6000㎡ 규모 시설에서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혈액응고인자 8인자 제제 등을 생산하게 된다.SK플라즈마는 생산시설 설립을 위해 올해 3월 프로투르크와 6500만유로(약 1117억원) 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2015년 SK플라즈마 설립 후 개별 계약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SK플라즈마는 프로투르크 지분 15%도 15만유로에 확보했다. 혈장분획제제는 외상·수술 환자, 면역결핍 환자 등의 치료에 쓰이는 필수의약품이다.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튀르키예는 그간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혈액응고인자 등 주요 혈장분획제제를 수입에 의존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첫 생산시설이 들어서면 튀르키예 국민의 혈장으로 현지에서 생산하게 된다. 프로투르크의 무스타파 귄한 나수흐베이올루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착공식은) 튀르키예에 중요한 역사적 이정표”라며 “혈장 유래 의약품 생산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오랫동안 추진해온 국가 과제”라고 했다.
◇ 튀르키예에 시설·시스템 이식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완제품 공급이나 설비 수출을 벗어나 튀르키예가 혈장분획제제를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도록 현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협력 모델이다. 혈장분획제제 자급화는 생산시설을 세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혈장 기증자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데다 기증한 혈장을 수집해 고품질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국가별 허가 규정 등에 맞춘 규제 대응 역량도 중요하다.혈장 기증에 대한 현지 인식을 높이고 수집 체계를 고도화하는 방안 등은 프로투르크와 튀르키예 적신월사가 구체화할 계획이다. 프로투르크는 튀르키예 적신월사의 혈액 서비스 운영 기반을 활용해 혈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나수흐베이올루 CEO는 “튀르키예 적신월사에서 혈장 수집 인프라를 확대하면서 기증자 관리와 추적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혈장 기증은 사회적 연대에 기반한 활동으로, 튀르키예엔 이런 문화가 잘 형성돼 있다”고 했다. 혈장 원료 확보 면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튀르키예 적신월사는 SK플라즈마의 장기 운영 지원 역량을 높게 평가해 파트너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라즈마는 시설 구축은 물론 혈장분획제제 제조 기술, 품질 관리 시스템을 이식하는 역할을 맡았다. 인력 교육도 담당한다. 현지에서 상업 생산을 시작하기 전까진 튀르키예 현지 혈장을 SK플라즈마 안동공장에서 분획해 완제품으로 공급하는 의약품 위탁생산(CMO)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나수흐베이올루 CEO는 “튀르키예와 한국은 오랜 시간 깊은 우정을 이어온 ‘형제 국가’로 불린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이런 관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사례”라고 했다. 형제처럼 ‘피를 나누는’ 대신 ‘피로 만드는 제품과 기술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과 튀르키예가 보건 의료, 바이오 분야에서 추진하는 전략적 협력의 대표 사례다. 바이오·제약 산업 생태계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 페더레이션 전략으로 안정성·효율 확대
혈장의 90%는 물이다. 나머지 성분엔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응고인자 등이 포함된다. 혈장에서 분리한 알부민은 몸속 삼투압을 유지하고 물질을 운반한다. 간 질환자, 외상·쇼크 환자 치료 등에 쓰인다. 면역글로불린은 면역 기능을 보조한다. 선천성 면역결핍 환자 치료 등에 쓰인다. 제8인자 등 혈액응고인자는 혈우병 등 출혈 환자 지혈에 활용한다.SK플라즈마는 혈장에서 이런 의약품용 단백질을 분리하는 공정 기술을 토대로 경북 안동에 연간 60만ℓ 규모 생산시설을 가동 중이다. 플랜트 수출로 사업 모델을 확대한 것은 2021년부터다. 당시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혈장분획제제 위탁생산 사업권을 확보해 현지 혈액제제 생산·공급 사업을 맡고 있다. 합작사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2023년이다.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INA와 합작법인을 세워 현지에 연간 60만ℓ 규모 시설을 짓고 있다.
글로벌 사업 거점이 늘면서 국가별 시설을 연계하는 페더레이션 전략도 가동했다. 인도네시아는 알부민 수요가 많고, 튀르키예는 면역글로불린 수요가 많다. 하나의 혈장으로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혈액응고인자 등을 함께 생산하기 때문에 국가별 수요에 따라 제제별 공급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페더레이션 전략으로 각국 시설을 연결하면 수요 차이에 상관없이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시설 간 제조 기술과 운영 노하우 등을 공유하면서 공급 효율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