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부터 과장, 차장, 이사까지…없는 명함이 없죠” 철선회사 승계하는 ‘2세대’ 이야기
가업 접을까 고민했던 철선업 2세
"첫째 아이 태어나고 생각 바뀌어"
건설용 철선만 만들던 회사,
수출 비중 40% 기업으로 탈바꿈
스마트공장·사업 다각화
"기업승계는 혁신의 과정"
"첫째 아이 태어나고 생각 바뀌어"
건설용 철선만 만들던 회사,
수출 비중 40% 기업으로 탈바꿈
스마트공장·사업 다각화
"기업승계는 혁신의 과정"
창업주인 아버지에 이어 지난해 경영 최전선에 뛰어든 박민기 삼창선재 대표이사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1세대와 함께 회사를 키운 직원들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전문가”라며 “논리는 기본이고, 현장 감각도 있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리부터 과장, 차장, 이사까지...없는 명함이 없죠"
삼창선재는 1990년 설립된 철선 제조 전문기업이다. 1세대인 박상엽 대표가 한 금속회사의 관리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거래처가 부도 위기에 몰리자 아예 회사를 인수해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삼창선재는 현재 국내 연강선재 업계에서 가장 업력이 긴 업체로 꼽힌다. 축적된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2개 제품의 KS 인증을 획득했고 1개 제품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철선 제조업체 가운데 드물게 직영 판매망도 운영하고 있다.'가업을 물려받은 2세'라는 통념과 달리 후계자인 박민기 대표는 현장 바닥에서 경영 수업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가 대학 졸업 후 가장 먼저한 일은 1t 트럭을 몰고 철선을 건설 현장에 배달하는 일이었다. 중국 현지 지점 설립을 위해 2년 넘게 해외에 머물기도 했다. 대리·과장·차장·팀장·이사 등 모든 직급을 거쳤다. 지난해 1월 각자대표에 오른 그는 "지금은 공장 밖에서도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들으면 몇 대가 가동 중인지 알 수 있고, 평소와 다른 소리만 나도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회사를 이어받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경험한 철선업은 노동 강도가 높고 성장성도 제한적이었다. 한때는 회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동산 경매를 공부하기도 했다.
생각을 바꾼 계기는 첫째 아이의 탄생이었다. 박 대표는 "갓 태어난 아들을 보면서 '딱 5년만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먹었다"며 "그래도 가능성이 없으면 후회없이 정리하자는 각오로 경영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2세 경영이 본격화한 이후 회사 체질이 달라졌다. 박 대표는 "철선이 들어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며 시장을 개척했다"고 말했다. 건설용 철선에 집중하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세탁업체 옷걸이 등 철선이 쓰이는 다양한 시장을 개척하며 고객군을 넓혔다.
매출 30~40%가 수출...매출도 100억원대로 뛰어
공장 운영 방식도 바꿨다. 철선을 소둔(열처리)하는 공정은 전력 사용량이 많아 그동안 직원들이 심야 시간대에 직접 출근해 설비를 가동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박 대표는 이를 스마트공장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휴대폰으로 설비 가동 시간을 예약하고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공정 데이터를 자동 저장해 제품별 최적의 열처리 조건을 관리하도록 했다.
박 대표는 "공정을 데이터화한 뒤에는 문제가 발생해도 원인을 훨씬 빠르게 찾고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기업승계는 회사를 단순히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맞게 혁신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주=이광식 기자 / 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제신문 공동기획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