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기업과 협업해 개발 중인 5500파운드급 무인기용 터보팬 엔진 시제.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협업 무인전투기 탑재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기업과 협업해 개발 중인 5500파운드급 무인기용 터보팬 엔진 시제.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협업 무인전투기 탑재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정부가 무인전투기와 차세대 무인정찰기에 장착할 국산 항공엔진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미사일용 단수명 엔진을 넘어 반복 운용이 가능한 항공기용 장수명 엔진 개발에 처음 성공하면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항공엔진 분야의 기술 자립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장수명 항공엔진 첫 자체 개발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기업과 공동 개발 중인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 시제를 공개했다.

터보팬은 엔진 내부의 팬과 압축기를 거친 공기를 분사해 추력을 얻는 제트엔진이고, 터보프롭은 가스터빈의 힘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추진력을 얻는 엔진이다. 일반적으로 터보팬은 고속 비행에, 터보프롭은 저속·중속에서의 연료 효율과 장시간 체공에 유리하다.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은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협업 무인전투기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은 차세대 무인정찰기 탑재가 목표다. 정부는 각각 2019년과 2021년 개발에 착수했다.

항공엔진은 첨단 방산 분야에서도 대표적인 기술 장벽으로 꼽힌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와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수출관리규정(EAR) 등 각종 수출통제의 영향을 받아 핵심 기술과 부품을 해외에서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완성 무기체계 수출 과정에서도 엔진 공급국의 승인이 변수가 될 수 있어 독자 엔진 기술 확보가 K방산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진이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5500파운드급 무인기용 터보팬 엔진 시제를 살펴보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기업과 협업해 해당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기술진이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5500파운드급 무인기용 터보팬 엔진 시제를 살펴보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기업과 협업해 해당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이번 개발의 핵심은 장기간 반복 운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방사청과 ADD는 그동안 미사일에 쓰이는 단수명 엔진을 국산화해왔지만 항공기용 장수명 엔진을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엔진 내부의 고온·고압 환경을 견디는 터빈 블레이드 등 내열 소재와 부품을 국내 정밀주조 기술로 개발했다. 금속 소재에 전달되는 고온의 열을 차단해 부품 수명을 늘리고 엔진 효율을 높이는 열차폐 코팅 기술도 자체 개발해 적용했다. 방사청은 앞으로 지상시험을 통해 시제 엔진과 핵심 부품의 성능을 검증하고 후속 연구개발을 통해 신뢰성을 높일 계획이다.

무인전투기·정찰기 심장 국산화 시동

정부의 최종 목표는 무인기를 넘어 차세대 유인 전투기의 '심장'까지 국산화하는 것이다. 방사청은 현재 외국산 엔진을 사용하는 KF-21과 달리 차세대 유인 전투기에는 국산 엔진을 탑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41년까지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우주항공청 등과 함께 첨단항공엔진 개발계획을 마련했다. 올해 일부 핵심기술 개발에 착수하고 2028년 본사업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항공엔진 개발이 완료되면 전투기와 무인기 개발의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국산 항공 무기체계의 수출 자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기영 방사청 미래전력사업본부장은 "항공엔진은 K방산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며 "연구개발 혁신을 통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방위산업 대전환과 방산 4대 강국 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