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하는 언어 많을수록 '뇌 나이' 젊어진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소재 바스크 인지·뇌·언어 센터의 루시아 아모루소 박사 연구팀은 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신경과학회연맹(FENS) 포럼 2026'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에는 칠레 아돌포 이바녜스대 라틴아메리카 뇌건강연구소, 아르헨티나 산안드레스대 인지신경과학센터,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더블린 글로벌뇌건강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는 평균 860억개의 뉴런(신경세포)이 있고, 이들이 다른 뉴런이나 다른 세포들과 신호를 주고받는 통로인 시냅스 연결은 100조∼1000조개가 형성된다.
나이가 들면 이 같은 연결성이 약해지고, 기억력과 사고 속도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언어 경험과 뇌 연결성의 관계를 분석했다"면서 "이 지역은 스페인어, 바스크어, 프랑스어, 영어 등 서로 다른 언어 중 2개 이상을 함께 쓰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먼저 연령과 언어 능력이 다양한 728명의 뇌 활동을 뇌자도검사(MEG)로 측정해 '뇌 노화 시계'를 만들었다. MEG는 뇌세포가 활동할 때 생기는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한다.
이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나이별 정상적인 뇌 연결성 수준을 계산하고, 별도의 144명 집단을 대상으로 실제 나이와 추정된 '뇌 나이'를 비교했다.
이 두 번째 집단은 구사하는 언어가 1개·2개·3개·4개인 사람들이 각각 동수로 구성됐다.
구사하는 언어가 2개·3개·4개인 사람들의 뇌는 한 가지 언어만 구사하는 사람들보다 '뇌 나이'가 각각 6년, 7년, 13년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루소 박사는 "더 많은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실제 나이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더 젊어 보이는 뇌를 가진 경향이 있었다"면서 "그 효과는 구사하는 언어의 수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높은 언어 숙련도와 더 이른 제2 언어 습득도 뇌 노화가 더 지연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이는 다언어 경험이 하나의 기울기로 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단순히 이중언어 사용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 경험의 깊이와 기간의 문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알츠하이머병처럼 뇌 노화와 회복탄력성이 중요한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에게도 비슷한 분석을 적용하고, 서로 매우 비슷한 언어를 함께 구사하는 경우 뇌에 더 큰 영향을 주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러프버러대 이프 호거보스트 교수는 "다언어 사용이 더 나은 뇌 회복탄력성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는 점은 맞다"라면서도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더 건강한 생활방식을 실천하거나, 독서, 평생학습, 악기 연주 같은 다른 보호적 환경과 활동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는 경우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