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작품은 삶의 태도를 바꾼다…뮤지컬 '신과 함께' [김수영의 스테이지&]
[김수영의 스테이지&]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 리뷰
웹툰·영화 잇는 높은 완성도
웅장한 원형 무대·조화로운 넘버
서울예술단 특유의 군무도 백미
웰메이드 창작에 메시지도 더 돋보여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 리뷰
웹툰·영화 잇는 높은 완성도
웅장한 원형 무대·조화로운 넘버
서울예술단 특유의 군무도 백미
웰메이드 창작에 메시지도 더 돋보여
죽음이 눈앞에 닥칠 때야 비로소 삶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고 한다. 당연히 진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말이 나온 데에는 죽음이 다가왔을 때나 겨우 돌아볼 정도로 삶이란 게 익숙하고 별거 아닌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테다.
익숙함 사이에서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서는 평범한 일상 속 확실하고 강력한 환기가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은 죽음 이후의 이야기를 택했다. 그리고 심판대에 올렸다. 생전 나의 모습을.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과 함께_저승편'은 죽음 이후 저승에서 펼쳐지는 재판과 구원의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김자홍이 저승에서 49일 동안 7개의 관문을 통과하며 자기 삶을 심판받는 여정을 2시간 30분에 걸쳐 펼쳐낸다.
망자들은 저승행 열차를 타고 저승문에 도착해 각자 재판에 도움을 줄 변호사를 만나게 된다. 김자홍은 그곳에서 국선 변호사 진기한을 만난다. 어딘가 어리숙한 모습의 진기한은 김자홍을 첫 의뢰인으로 맡은 초임 변호사. '내가 죽었다니!' 어리둥절하기만 한 김자홍은 열정 가득한 진기한의 손을 잡고 결국 지옥 재판길에 오른다.
김자홍은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비행과는 거리가 멀었고, 늘 일에 몰두했으며, 회식 자리에서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술잔을 들었다. 그런 그에게도 변호가 필요할까 싶지만, 웬걸 매 관문 쉽지 않다. 건강을 돌보지 못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 것마저 '불효'다.
작품은 김자홍과 진기한, 저승 삼차사의 이야기 두 갈래로 흐르다가 말미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취한다. 인간은 감히 알기 어려운 무시무시한 지옥에서 꿋꿋하게 피어오르는 따뜻함은 '신과 함께'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지나온 삶을 거울삼아 재판받는 김자홍은 후회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어린 시절 문구점에서 훔친 작은 물건 하나를 고백할 정도로 솔직한 성격마저도 장점이 되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인간성이 관객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상당히 묵직하다. 김자홍을 돕는 진기한이 보내는 무한한 신뢰와 지지는 마침내 인간성의 승리로 이어진다.
저승차사 역시 악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지옥으로 인간을 데려가면서도 재판으로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이끄는 안내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특히 규칙을 깨는 법이 없던 저승차사 강림이 인간성을 우선하는 모습은 진기한과는 또 다른 울림을 준다. 김자홍과 진기한의 여정이 삶을 되짚어 보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면, 저승차사의 서사는 삶을 대하는 태도, 그 안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을 곱씹게 해준다.
각 장면에 착 붙는 맞춤형 넘버는 재미와 감동을 두 배로 높이는 요소다. 서울예술단 작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군무도 곳곳에서 등장, 덕분에 대중성과 예술성까지 두루 챙긴 작품이 됐다. 묵직한 메시지를 다루면서도, 전반적인 흐름을 유쾌한 톤으로 유지한 것은 신의 한 수다. 덕분에 감동만 있는 공연이 아닌, 그야말로 '재미있는 공연'이 완성됐다. 지옥 세계의 가게 간판을 '다죽소', '죽었디야커피', '죽었씨유', '삼신 할머니 보쌈' 등으로 꾸민 것도 깨알 포인트다.
'신과 함께_저승편'은 2015년 초연 이후 꾸준한 재공연을 통해 작품성을 다듬어 왔다. 웹툰은 물론이고, 영화로도 이미 큰 사랑을 받은 참신한 IP(지식재산권)에 무대화를 완벽하게 이루어낸 디테일한 연출, 빈틈없는 완성도가 10년을 넘긴 생명력의 비결이다. 무대 위에서 구현된 '신과 함께'는 익숙한 듯 완전히 새로운 매력을 뽐내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3주 간의 공연을 마친 '신과 함께_저승편'은 오는 24, 25일 화성예술의전당 동탄아트홀으로 이어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